장사 잘되는 가족기업을 꿈꿉니다
나는 남편가게에서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일정한 보수 없이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로 사회에서 분류된다. 그곳에서 일을 시작한지도 2달이 다 되어간다. 퇴사하고 다시 일을 구할 때까지만 일손이 부족한 가게 일을 도울 요량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육아가 시작되곤 회사생활을 하기 힘은 여건이다.
틈틈이 구인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일자리 지원을 멈추진 않고 있다.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 영혼 빠진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넣다 지친 것도 사실이다. 내 능력이 재취업을 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걸 다수의 서류탈락으로 인정하는 중이다. 그래서 육체노동이 가능한 남편가게에서 무급가족종사자로, 육아하는 기혼여성으로 이렇게라도 일하는 게 감지덕지한 입장이다(내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앞가림을 하고 싶다. 아직 퇴직금이 남아 있어서 마음이 덜 급한 면도 있다).
나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종종 3시)까지 가게 일을 돕는다.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일의 강도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한다. 내가 보기에 함께 살면서 부딪히는 삶의 사소한 남편의 습관은 일하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남편은 물건들의 뚜껑을 열곤 닫는 걸 자주 까먹는다. 일하는 시간에 가게에 들어서면 나는 기분부터 상한다. 이것저것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레이더망에 걸린다. 남편과 내가 사소한 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날에는 손님이 없다. 이래서 가족이랑 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하면 안 된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보이지 않는 나쁜 기운은 서비스질을 떨어뜨린다(이 문제는 사장인 그가 내 노동의 대가를 지급한 후로 줄어들었다).
남편가게는 골목상권이라 손님이 없으면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하지만 남편과 나의 일은 마감이 없다. 우리는 함께 어느 곳에 있든지 가게 걱정을 한다. 잘하는 곳에 가서 남편은 다른 주인은 어떻게 하는지 매의 눈으로 분석하고, 나는 계산받거나 서빙할 때 직원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한다. 요즘 외식 트렌드는 무엇인지 SNS에서 봤던 주제를 서로 이야기하고, 맛있는 걸 먹으면 우리 가게에는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한다. 손님들이 던져주는 피드백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주인의식을 가질 때가 오다니, 가족회사에서 일하는 건 내 인생에서 색다른 경험에 속한다.
요즘 내 삶은 가게 일로 시작해서 그 일로 끝난다. 매일 생각하니까 시달리는 고충도 있지만 가족이라서 누리는 특혜도 있다. 일하면서 실수가 있지만 잘릴 위험은 가게가 망하지 않는 이상 줄어든다. 친한 지인에게 가게에서 일하는 고충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지인의 명쾌한 상황 정리는 내가 가족이 아니었다면 용납되지 않는 실수 중 하나였다.
“있잖아, 메뉴 받는데 그게 뭐가 어렵다고 주문을 내가 접수를 못하는 거야. 손님이 2번 말하곤 짜증을 냈어. 다행히 남편이 넉살 좋게 손님에게 이야기해서 넘어갔지 뭐야(머쓱).”
- 언니, 손님 화나게 하면 다른 아르바이트에선 그냥 잘려요
가족과 함께 일하면 가장 많이 나간다는 인건비 절약이 되고, 그 돈은 사업 확장에 필요한 곳에 선순환처럼 재투자된다. 사회는 나를 무급가족종사자로 분류하지만 한 달 전부터 일당을 받는 엄연한 ‘일’이 되었다. 일하는 시간 동안 벌어야 할 목표치에 도달하면 기준에 맞는 금액을 계좌로 이체해준다.
임시로 내 일 구할 때까지만 돕는다는 마음으로 일했을 때랑 내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니 태도가 달려져 버렸다. 나에겐 가족이자 남편이지만 일터에선 나보다 경험도 많고 그곳을 대표하는 사람이니까 일손을 도와 운영이 잘 되길 바랄 뿐이다. 사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토를 되도록 달지 않는다. 내가 일하는 시간 동안 많이 팔려야 내 일당이 늘어나니까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회사 월급에 비하면 작은 돈이지만 자연인인 나에겐 작지 않다.
가게가 바쁜 시간엔 무조건 나가야 하지만 회사 다닐 때만큼 억지로 나가진 않는다. 출퇴근지옥을 피할 수 있고, 상사의 눈치와 회사정치에 휘말리지 않아도 된다. 내가 일하기로 한 시간만큼 일해주고 쿨하게 인사하고 매장을 나올 수 있다. 내가 부지런만 하면 매장에 나오지 않는 시간에 여러 가지 시도도 가능하다. 가게라는 한 가지 목표로 같이 일하는 경험은 지금 아니면 또 하지 못할 일 같단 생각도 든다.
나는 가게에서 하는 일이 많은데 사회는 나를 무급가족종사자 분류에 넣는다. 워낙 영세하고 작은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사회구조이기도 하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어야 할 인건비는 올랐고, 그만큼 매출은 나오지 않으니 가족이 아니라면 해주기 어려운 일이 많다.
그리고 나는 아기에게 별일없으면 무급가족종사자가 되지만 녀석에게 일이 생기면 애기엄마가 된다. 지금을 사는 내 정체성은 딱 그정도로 요약된다.
내가 전에 일했던 회사도 아버지가 창업자가 넷째 아들에게 물려준 곳이었다. 가족기업으로 시작해서 직원이 50여 명은 넘었으니 대단하다 싶다.
주변에서 “가족이랑 같이 일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기업은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데 사업이 잘되는 곳이다. 성북동에 나폴레옹 과자점은 가족기업 중 한 곳이다. 1968년 문을 연 뒤 2003년부터는 창업주의 삼 남매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독립 경영체제로 경영을 유지 중이다. 가족이랑 일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또 잘되는 곳은 엄청 잘되니 알 길이 없다.
가족이랑 일하든 남의 회사에 들어가 일하든 세상은 ‘잘’되기만 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폴레옹 과자점에 갈 때마다 남녀노소 나이불문 어마 무시하게 빵이 팔리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 이곳 매장에서 일하면 초봉이 250만 원이라고 구직사이트에 올라와 있을 정도다. 나폴레옹 과자점처럼 가족기업이지만 돈을 갈고리로 긁어모으듯이 남편가게를 통해서도 돈을 잘 벌면 소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