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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03. 2019

아장아장, 아침에 좀 자줄래?!

엄지로라도 쓸 거야 #1일1글쓰기

사진 = unsplash

“으악, 핸드폰 안방에 두고 왔네”


등원 10분 전, 나는 아기띠를 메고 운동화를 신은채 안방으로 갔다. 청소는 다시 하면 되니까 신발을 벗는 수고 따위는 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10개월 된 아기와 기싸움을 했다. 아기는 안 자려고, 나는 얘를 재워야 하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아기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자라고 호통을 쳤다. 그렇게 하면 잠들 줄 알았다. 나는 이성을 담당하는 뇌의 피질이 자라는 중인 아기에게 말을 걸고 소리를 빽빽 질렀다. 아기는 자기 싫다고 앵앵거렸다.


아기가 이번 주 월요일부터 아침잠을 거부한다. 자지 않을 권리가 아기에겐 있지만 아침에 아기가 잠을 자지 않고 등원하면 하루가 꼬인다. 그래서 나는 아기 재우기에 필사적인 극악무도한 사람이 된다. 내 뜻에 맞춰 아기가 따라주면 얼마나 좋을까.


FM 라디오처럼 짜인 틀이 무너지면 덩달아 내 손이 아기에게 많이 갔다. 두 번의 이유식을 먹고 집에 와야 하는데, 한 번만 먹은 날도 있었다. 되돌아온 이유식은 끝까지 먹여야 하고, 자는 시간이 미뤄진다는 걸 의미한다.


놀고 싶은 녀석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억지로 아기띠를 메고 재울 때면 스스로 한심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잠들어서 내려놓으니 아기가 벌떡 일어났다. 끝났다. 오늘도 망했다.


소리를 지르며 재우려고 했던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나는 허둥지둥 머리를 감고 말리고 화장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머리를 감는 화장실 문 앞에서 아기가 활발히 손가락을 요리조리 움직였다. 등원 준비를 시키면서 움직임이 자유로운 아기를 이리 들어 옮기고 저리로 옮겼다.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바깥 날씨는 선선한데 나는 땀이 났다. 올여름을 대비해 워터프루프 화장품으로 바꿔야 하나.


나는 3층에 사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생활의 불편함은 아기가 태어나니 알겠더라. 콧잔등의 땀은 나고 유모차를 들고 갈까 아기띠를 할까 망설였다. 날이 덥고 지워질 화장도 옅어져 가고 아기를 들쳐 메고 유모차를 들었다.


현실 육아를 하면서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아기를 키우면서 인생이 얼마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물성을 지녔는지 매 순간 배운다. 그 사실을 알아가는 건 괜찮은데 고통을 느끼며 받아들이게 된다. 언제쯤 초연해질까. 단점은 열 손가락에 꼽기 힘들 만큼 많다.


만발의 준비를 했다 싶었는데 아기 먹을 감기약을 두고 왔다. 핸드폰은 챙겼는데 아침마다 정신이 가출한다. 체리랑 견과류 그리고 토스트 한쪽에 라떼를 아침으로 챙겨 먹었는데, 등원하면서 에너지가 바닥났다. 마트에 들려서 마켓오 에너지바를 3개나 샀다. 아기와 분리되니 에너지바도 집중해서 먹고 한숨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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