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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Apr 04. 2019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먹기 위한 준비

퇴사하고 커피합니다 #1일 1글쓰기

요즘 카페에서 일하니까 커피에 대해 썰을 풀어봅니다. 카페에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는 단연 아메리카노다. 이 메뉴는 카페에서 가격이 제일 저렴하고, 보통으로 주문하기 좋다.


어제는 손님이 이렇게 주문했다.

“리스트레토 주세요”


리스트레토는 20-21g의 원두를 35초가 아닌 25초 정도에 끊은 에스프레소다. 커피가 가진 산미를 느끼고 싶을 때 추천하는 메뉴다.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먹으려면 바리스타의 자질이 꽤나 중요하다.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 분쇄도와 추출 시간을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제대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지 않았다면 다시 뽑아야 한다. 에스프레소는 적정시간을 초과하면 쓰고 텁텁한 맛이 올라오기 때문에 주로 아메리카노를 찾는 손님들에게 새삼 맛없는 커피를 마시게 할 수 있다.


다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고소한 커피였다. 나는 4샷까지도 먹는 사람이라 싱겁게 혹은 아무런 특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무색무취의 아메리카노를 경험한 사람은 다시 이 메뉴를 주문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대부분 카페는 커피머신이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있기 때문에 제대로 커피를 내려주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체인점 카페는 자동머신이라 평균의 커피를 손님에게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카페에서 일하고 나선 다른 가게에 가면 머신 소리를 유심히 듣는다. 한잔에 맛있는 커피를 먹기까진 원두 분쇄도, 템핑, 온도와 습도, 그날의 기분, 추출 속도 등 무수한 변수가 발생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겐 아메리카노가 무난한 메뉴가 되고, 어떤 사람에겐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메뉴가 되기도 한다.


커피의 신세계에 입문했다면,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 잔의 커피를 내리는지 유심히 관찰해보자. 그렇게 보는 안목이 쌓이면 저 바리스타가 나에게 못먹을 커피를 주는지 아니면 제대로 주는지 알게 되는 섬광 같은 날이 올 것이다.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해 이렇게까지 사소한 정보를 알 필요가 있나 싶지만 아는 만큼 뭐든지 보인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한 맛있는 아메리카노에 대한 의견이다. 맛있는 커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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