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니 Jul 08. 2019

더워 덥다

오늘의 노동기

사진 = unsplash


1. 같은 여름 다른 느낌

작년 여름은 임신한 상태로 더웠고, 올해 여름은 문을 활짝 열고 장사를 하니 벌써부터 덥다. 손님 말로는 일본에 장마전선이 있어서 그렇단다.


더워서 손님이 아니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오는 이들은 커피를 사 먹으러 와줬다. 대단하다.  


요즘 창문형 에어컨이 유행인 듯싶은데 그걸 하나 장만해야 하나 검색창을 켰다. 카페하면 빵빵한 에어컨이 당연하지 않으냐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매일 로스팅 기계가 돌고, 커피 기계에서 열기가 나오고,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인간열도 발생한다.


카페 문을 닫으면 성인 4명이 최대치다. 이번에 사장님인 남편이 대출도 받아 이것저것 벌린 일이 많은데, 날씨 탓에 나는 벌써부터 지치는 기분이다.



2. 육아라는 뜨거운 캄자

이번 주부터 카페 일이 많아져서 오전 8시 50분까지 출근했다. 오전 6시부터 일어나서 비몽사몽이다. 아침은 일회용 봉지에 덜 구운 식빵을 넣고 미숫가루를 타서 텀블러에 넣었다.


노냥이는 평소보다 2시간 일찍 가는 변화가 생겼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낯설었는지 두 손을 흔들며 싫다고 찡얼거렸다. 인사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어버렸다. 미안할 일은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사는 인생인데 아이 앞에서는 나도 뾰족한 수가 없다.


나는 워킹맘과 가족일당종사자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아기를 일찍 맡기면서 이게 맞나 싶은 마음이 몽실몽실 올려왔다. 어젯밤에 어린이집 교사 생후 11개월 아기 학대 사건을 기사로 접했기 때문이다. 4억 배상이라고 하는데 아기를 낳은 엄마 마음이 그 가족의 심정이 헤아려질까 싶었다. 노냥이도 11개월이라 마음이 쓰인다.


이른 아침 어린이집 공기가 무더웠다. 노냥이는 열이 많은 아인데, 온몸이 땀범벅이 될까 마음 한편이  시렸다.


돈을 벌러 나가지만 버는 건 몇 푼이다. 아기가 가족의 일원이 되고 보살펴하는 존재라 삶의 대부분 기준이 됐다. 키우고 돌보는 건 어렵지만 기쁜 순간도 많다.


예를 들면 나만 바라보는 존재 유무가 생겼다는 느낌 덕에 든든하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는 외로움이 많다. 외로워서 쓰기 시작했는데 아기가 생기니덜 외롭단 느낌을 준다. 육아하며 부딪히는 고충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답답함이 있다.


부랴부랴 오후 2시까지 일을 하고 점심을 거른 채 아이를 만나러 간다. 안 먹던 미숫가루를 먹어서 하루 종일 배탈이 났다. 아기와 함께 무얼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장아장, 아침에 좀 자줄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