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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11. 2019

손님 덕분에, 변화무쌍한 인생 사는 중

퇴사하고 1일1글쓰기 - 힘을 내요 미스터 씨

오랜만에 어제의 노동은 몰아치듯이 손님이 카게 문턱을 찾아준 날이다. 힘든 만큼 일당을 두둑이 받았다. 그러니 괜찮다. 날씨까지 그날의 매출을 도와준 느낌이다. 지금은 비가 내리니 손님이 뚝하고 끊길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줄어든 손님은 내 일당과 일직선으로 연결되어있다. 손님 덕분에 울고웃는 인생이 되었다. 회사만 다녔다면 배우지 못했을 세상이다.

사진 = unslpash


2.5평 카페 사장인 남편은 대학 선배와 함께 다른 곳에 새 지점을 내려고 계획 중이다. 대학선배가 건물을 하나 가지고 있어서 지금보다 3배 넓은 공간에 구매타켓층을 정하고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몸과 마음이 힘든지 피부가 가렵다며 대상포진 증세를 보일 정도로 힘겨워 한다.


나는 사장이 아니라서 마음을 다 이해하진 못한다. 나는 감정형 인간이라 과한 책임을 지는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혼자 지금의 공간 운영을 맡게 된다면,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망하는 지름길은 괜히 있는 게 아닐 터, 무슨 일이든 나는 혼자할 자신이 없는 유약한 인간 유형이다. 같이 해야 힘이 불끈 나는 편이다.


운영 공간을 늘리는 하나의 방법은 더 많은 원두를 파는 방편이 된다. 단골손님 위주인 지금 카게에서는 매출이 늘어나는 한계지점이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듯 카페를 시작하면서 1년 반이란 세월을 보냈다.


손님이 스무 명 남짓했던 시절에서 인테리어와 카페 위치를 바꾸곤 발길이 뜸했던 곳에 사람의 온기가 들어섰다. 찾는 이가 늘면서 그는 매일 로스팅기계를 돌려야 하지만 그만큼 돈으로 보상받는 중이다.


그가 마음으로 품은 소원을 하늘에서 들어준 걸까. 커피맛으로 인정받고 프랜차이즈화해서 다른 지점을 내고 싶었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그의 소원을 대학선배가 들어준 것이다. 일이 되려면 일사천리도 되는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되어간다. 지금 이 카페를 인수했을 때 그때처럼 폭풍이 몰아친다.


공간이 하나 늘면 새로운 사람을 구해야 한다. 지금 카페의 단골이었던 한 손님이 최근 퇴사를 했다. 그 손님이 오늘 카페에 와서 면접 같은 대화를 했다. 나는 노냥이 픽업 때문에 이야길 듣다 말고 나왔다. 자초지종으론 2년 계약직이었는데 회사에서 일주일 전에 퇴사통보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인건비가 낮은 신입사원 위주로 인력을 확충하다니! 그가 그곳에서 보냈던 2년이 무색할 정도로 냉정한 현실이야기였다.


나와 비슷해 보이는 또래 그가 겪은 일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회사가 그러냐고 같이 분개했다. 그의 입장에서 손님으로 만난 이를 어떻게 신뢰할 것인지가 앞으로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브랜드를 만들어가는데 얼마나 시간과 돈이라는 투자가 필요한 걸까.


중국에서 카페하는 아저씨가 오랜만에 놀러 왔다. 내가 야심차게 담근 라임청을 무료로 드렸다. 아저씨는 미식가라 혀가 예민한 편이다. 마시곤 평가가 바로 이어졌다. 뒤이어 아저씨가 아는 지인이 요리연구가라 레몬청으로 만든 티에이드와 라임에이드를 같이 만들어드렸다.


전해 들은 이야기는 요리연구가가 특색있게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부아가 났다. 과일을 썰어 설탕에 재워 숙성하는 게 전부인데 그걸 굳이 요리연구가가 맛을 봐야 했던걸까. '요리연구가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쳇'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전에 가지 않았던 길을 걷는 일은 즐겁지 않다. 아프다.


과일청도 익숙한 방법이지만 맛 차이는 디테일에 있지 않을까? 40년 동안 일한 어느 인터뷰를 보곤 생각했다. 상한 마음으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이성을 사용해서 어떤 걸 보완하면 완벽에 가까운 맛이 될 것인지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지 싶다. 마음은 먹지만 상한 이 감정은 어쩌나.


큰 것보다는 작은 것, 디테일에서 갈립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이 오지 않는지 삽질했던 경험을 가지고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사람의 마음이 잘되기만을 바라기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상투적인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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