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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09. 2019

아프다, 묵직한 아랫배 혹은 자궁

퇴사하고 읽은 책 - 아기의 떼, 고집, 거부를 다루다

생후 10개월 된 아기와 2박 3일 일정으로 여수에 다녀왔다. 다녀오면 몸 전체가 앓은 소리를 낸다. 기차로 이동하며 10킬로그램 아기를 메고 있었더니 아랫배가 우지끈하다. 허리가 아픈 건지 아랫배인지, 자궁이 이상한 건지 통증이 있다. 저번 달에 이어 한 달에 한 번씩 친정식구들에게 훌쩍 커가는 아기를 보여주고 싶은 내 욕심이 과했던 걸까. 하루 종일 일하면서 아랫배가 묵직했다. 되지도 않는 몸으로 성인발레를 해서 근육통이 온 것일까.


태아가 자궁에 착상하면서 생리통과 비슷한 통증으로, 자궁이 아프다는 느낌을 생생하게 겪는다. 생리통할 때는 배가 아프다 생각했지 자궁의 통증을 잘 몰랐다. 임신했을 때, 생리통과 전혀 다른 아랫배 통증 덕에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리 다르지도 않은데, 자궁이 아프다는 말을 잘 몰라서 쉽게 아랫배 통증으로 퉁쳤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의 힘을 빌리면 '배통증'이라는 단어가 임신 초기에 많이 나온다.


무리하게 아기와 여행한 탓에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는 더했다. 아기가 자랄수록 육아가 수월하지 않았다. 이제 갓난쟁이를 낳은 지인과 카카오톡을 하면서 아기가 자랄수록 손이 많이 간다고 고백했다. 돌아보면 갓난쟁이일 때는 분수 토하는 게 제일 무섭고, 잠들지 못하는 괴로움 덕에 고생했지만 아기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행동반경이 넓어져서 생기는 여러 문제요인을 고려하지 못했다.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알 턱이 있나.


곧 11개월이 되는 노냥이는 시한폭탄처럼 싫다는 표현이 강력해졌다. 싫은 건 양 손을 흔들면서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울어버린다. '아'라는 소리를 내며 의사표현을 시작했다. <아이의 떼, 거부, 고집을 다루다>는 책을 보면 36개월 전 아기들은 이성을 담당하는 뇌의 피질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감정 위주라 한다. 

36개월 이하의 아이들은 대뇌 피질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흥분할 일 아니야, 진정해라고 알려주는 중앙통제시스템이 아직 공사 중인 거죠(130쪽)


http://m.yes24.com/Goods/Detail/70868595?pid=157529


감정표현뿐인 녀석의 모든 요구에 '예스'라 답하지 못하는 건, 피곤함이 한 몫한다. 밖에서 집안일을 꼭 닮은 카페 일을 마치고 나는 육아에 쓸 힘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도 나는 버거워하는 모양새다. 복에 겨워 새우등 터지는 소리는 하는 것인가. 아기 하원 때문에 5시간 노동 후에 점심도 먹지 않고 어린이집으로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편안하게 밥을 먹을 여유가 친정이 멀리 떨어진 나에겐 자주 허락되지 않는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남편과 번갈아 먹어야 겨우 차려놓은 밥을 먹는다. 오늘은 하루 종일 배인지 자궁인지 허리 통증인지 아팠다. 침대에 벌러덩 누우면 아랫배 통증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남편과 먹을 저녁도 차려야 하고, 고양이가 흩뿌려놓은 모래 제거를 위해 청소기를 돌려야 했다. 시판 이유식과 수제 이유식을 혼합 중인데, 내가 만든 이유식이 똑 떨어졌다. 이젠 오전 8시에 출근하니까 남편 아침밥용으로 볶음밥을 대용량으로 만들어두어야 한다. 사 먹으면 될 일을 왜 그런가. 하도 냉동 볶음밥을 사 먹어서 질린 면이 있다.


남편 밥, 아기 밥을 만들며, 에어컨을 틀어도 더운 날씨에 땀을 내며 일해야 했다. 내 노동시간이 하루아침에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로 연장근무로 바뀌었다. 아무렇게나 분리되지 않고 널브러진 쓰레기도 치워야 하고, 엉덩이 붙이고 앉을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바쁘다. 이럴 땐 연장근로수당을 받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진다.


쓰지 않을 때는 쓰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 에너지를 쓴다. 왜 쓰기를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외로워서라는 이유가 신박하게 떠올랐다. 책을 내서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불명확하다. 퇴사하고 이직하기 전까지 시간을 기록하려고 써 내려가지만, 취업의 문이 꽃길처럼 열리진 않았다. 그래서 하는 일이 사장이 남편 카페에서 보조 바리스타 등 일인다역 중이다.


평생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려면 등단에 뜻을 두면 좋겠는데, 장강명의 책을 읽곤 자신이 없어졌다. 최근엔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집을 읽고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퇴사 후에도 잘 산다는 이야길 인터뷰 형식으로 풀고 싶었다. 시작이 미약하니 끝도 흐지부지하다. 퇴사한 주변 친한 지인 인터뷰는 다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잘 떼지지 않는다. 환경이 잘 안 풀린다는 말이 맞겠다. 나아갈 동력이 부족하다.


나는 다음 달에도 친정엄마한테 여수에 가겠다고 큰 소리를 쳐놨는데 아픈 내 몸을 보면서 후회했다. 친정엄마한테 가니까 편하게 밥도 먹고, 잠도 조금 더 자고, 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몸이 아프지 않고 축나지 않을 대책이 필요하다.


* 12-36개월 : 조절 능력이 격하게 발달하는 시기


자궁 관련 정보가 있는 사이트 : 글쓰기 학인 나드 추천

https://m.cafe.naver.com/eobgy.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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