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형인간의 노동기
“밀크티 4잔이랑 콜드브루 1잔이요.”
“냠냠초코 1잔이요”
“레몬스쿼시랑 사딸라에이드랑 연유라떼, 그냥라떼요”
나는 러쉬타임에 연이어 주문이 들어오면 멘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오징어가 된다. 이성이 우선한 사장인 남편은 천천히 하라고 말하지만 나는 마음이 급하다. 급한 마음에 피 같은 얼음이 바닥에 떨어진다. 얼음이 피인 이유는 바쁠 때 얼음이 바닥나 보면 안다. 얼음 한 개가 얼마나 귀한지 말이다.
열린 문으로 이쪽저쪽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카드결제는 내가 맡지만 카카오페이결제는 바깥에서 하니 놓칠 때도 있다. 손님이 우르르 몰려 혼선이 생기면 누가 먼저 주문했는지 놓친다.
새로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골목이 아닌 카페라 뜨내기장사가 아니다. 한 번 찾은 손님이 꾸준히 찾는 곳이라 음료가 잘못 나가거나 얼음량이 부족하면 손님이 발길을 끊는다. 손님에게는 여러 카페를 골라갈 자유가 있다. 단지 매일 마주친 손님이 오지 않으면 아르바이트생이든 사장이든 내가 무얼 잘못해서 그런 걸까 고민한다는 점이다.
아메리카노 3잔을 마시던 손님에게 서비스가 잘못 나간 경우가 있었다. 얼음이 부족해서 시원한 음료를 주문했는데 미지근했던 것이다. 그는 미지근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곤 그날 이후로 카페에 오지 않았다. 사장은 제빙기 하나를 더 들여놓았는데 발길 끊은 손님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칠 때도 있다.
회사에 출근했을 때는 내 책상, 컴퓨터, 실내화 등 나의 물건이 있었다. 밥 먹는 시간도 보장되고, 회사 동료도 있다. 알바에게는 내 것이 없다. 보장은 미지수다. 얼마 전에 지원했던 일자리에서 고배를 마셨다. 경쟁률이 34:1이었고, 자신들의 세 가지 니즈에 나란 지원자가 얼마나 맞지 않는지 팩트를 담은 문자를 받았다. 나는 명확하게 설명 가능한 명사가 이름 앞에 필요했다. 회사인간으로 돌아가야 할까 고민이다. 고민의 끝에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두려운 내가 있다. 지금 나를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일 가능성이 있다. 서류광탈 징징거림은 몇 문장 안에 꾹꾹 눌러 담는다.
글 쓰면서 돈을 벌고 싶으니 작가를 해보려 공모전 사이트에 들어갔다. 내가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내 욕망이 향하는 지점이 어디이고, 말로 풀지 못한 속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필요하지 싶다.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바쁠 때 내가 멘붕에 빠지는 건 일이 익숙하지 않고, 감정형인간이란 약점 때문이다. 아메리카노가 제일 많이 나가니까 물을 미리 컵에 담아두고 에이드에 넣을 청 푸는 시간도 걸리니 미리 준비해둔다. 멘붕에 빠지지 않으려고 준비를 해놓지만 역부족이다. 무슨 일이 생겨서 홀로 가게를 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면 나는 어떻게 할까. 장사를 잘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