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하는데 배가 고팠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맛집을 가서 셰프 혹은 주인의 혼이 담긴 음식을 먹으며 기운을 차린다. 오늘은 성인발레 가는 날이었다. 오후 7시 시작이라 갈 때마다 저녁밥에 쫓긴다. 대충 밥 한두 숟갈에 볶음김치랑 먹다 남은 불고기를 비벼서 허기만 채우고 갔다. 아무것도 안 먹고 운동을 가면 힘이 없어서 흐느적거리다 오기 때문이다.
허기는 채웠지만 발레를 가면 부대낌이 있다. 유연한 사람들만 수강을 하는지 다들 스트레칭할 때 양옆으로 다리를 일자로 찢고 엎드린다. 그 안에서 나는 꼿꼿한 허리로 겨우 구부정하게 앉아있다 온다.
오늘은 원래 강사 선생님의 사정으로 대타 선생님이 오셨다. 대타 선생님은 플레이가 잘 되지 않은 음악기기에 집착하는 듯 보였다. 마치 늘 음악이 가득한 카페에 갔는데 스피커 배터리가 나가서 음악이 꺼진 상태에서 오는 초조함 같았다.
발레 하면서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는 건 좋지만 발레 동작 순서를 아무리 봐도 외워지지 않았다. 대충 따라 하는 시늉만 하다가 아무렇게나 해버렸다. 적당히 움직이곤 땀 한 방울 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과 다툴 생각은 없었지만 투닥거리고 말았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나는 침대 끝에 간신히 누워서 애꿎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봤다. 글 쓰는 바리스타 조영주 작가를 검색하러 스마트폰을 켰다가 다른 길로 샜다. 일하면서 커피 탬핑이 잘 안되길래 유튜브로 시청 후 새롭게 구매한 스탠리 텀블러 후기를 찾아 읽었다.
자야 하는데 배가 고팠다. 남편과 다투고 후유증으론 나는 허기를 느꼈다. 내일 카페 출근이 있음에도 나는 야식의 유혹에 항복했다. 조용히 기잘 물이 빨리 끓는 냄비에 400밀리리터의 물과 쌀국수 수프를 넣었다.
비상식량으로 사 둔 라면은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부셔 먹었더니 먹을 게 없다. 샘표에서 액상스프로 나온 쌀국수 제품이 구색을 갖춰 먹으면 라면보다 낫다고 여겼다. 물론 스프는 조미료덩어리지만 말이다.
3분도 흐르기 전에 육수가 끓기 시작하는지 적은 기포가 올라왔다. 쌀국수면은 물에 불려야 하지만 새벽 야식엔 번거로워서 끓자마자 넣었다. 청정원 쌀국수면은 1인분씩 소분되어 있어 간편하다. 다른 회사 쌀국수 제품은 1인분 분량으로 덜어낼 때 마구 부스러기가 떨어져서 잘 안 먹게 된다. 내가 야식으로 선택한 쌀국수면은 볶음면용인데 배고픈 마음에 그냥 넣었다.
집에서 쌀국수를 먹을 때 고수와 숙주나물이 있으면 밖에서 사 먹는 척하는 맛이 난다. 야식으로 먹는 쌀국수에는 만사가 귀찮아서 내가 좋아하는 대파만 곰탕에 넣든지 왕창 넣어 끓였다.
야식의 유혹에 굴복하고 맛본 쌀국수 맛은 엄지 따봉을 외칠 만큼 맛있었다. 설탕이 잔뜩 든 음료와 과자를 발레 후 먹어서였는지 맑은 콧물이 계속 나왔다. 간편하게 끓여낸 쌀국수를 먹으니 몸이 따뜻해지는지 멈췄다(혹시 몰라서 지르텍 한 알도 먹었다).
쌀국수가 들어가 배가 부르니 조영주 작가 블로그 글을 읽었다. 글로만 접해도 재미있는 사람 혹인 캐릭터였다. 장르문학 작가인 그녀는 즐거워 보이는 삶을 산다. 그의 블로그 글을 읽으며 나도 글이 더 쓰고 싶어 졌다.
https://m.blog.naver.com/cameraian_2?currentPage=12
쓰려니 졸리다. 분명 배가 불렀다는 신호다. 내일 퉁퉁부은 얼굴로 밖을 나서야 하니 잠깐만 자고 일어나서 뭐든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