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니 Dec 12. 2019

나는 단거리운전사

쫄보의 운전, 장롱면허탈출

안녕, 어떻게 지내니?


나는 출산을 한 지 1년 6개월에 접어들었어. 퇴사인간에서 회사인간이 될 줄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더라. 여러 번 회사인간이 되려고 아등바등하다가 최근에는 가족이 하는 카페인간으로 사는 중이야.


영원히 카페인간으로 살아야만 할 줄 알았더니, 손님이 훅 줄어서 이것도 오래 하진 못할 것 같아.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 몫으로 내 자리를 내어줘야 하더라고. 카페 나가는 시간이 줄었어. 그래도 계속 카페 일은 하는 중이야. 카페 나가지 않는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고 머리를 굴리는 중이야.


저번 주부터 벼르고 벼르던 운전을 다시 시작했어. 무척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어. 1년 전에 셋째 동생과 갈라서는 계기가 된 게 나에겐 운전이란 키워드였거든. 1년 2개월이 지나도록 동생과는 연이 끊어진 듯 어떻게 사는지 몰라. 엄마 통해 듣는 이야기론 계속 운전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만 들었어.

마음속에 운전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로망이 있었어. 운전의 필요성은 느꼈지만 두려움을 넘기가 산보다 어려웠어. 나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알고 보니까 쫄보더라고.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이었어. 무언가 바뀌면 정신이 나가버리는 그런 유형의 사람 말이야. 그게 나더라.


퇴사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의 키워드가 '불안'이라고 생각해. 나는 불안한 순간을 견디지 못하는 약한 인간이었는데 돌이켜보면 간이 큰 결심을 했던 것 같아. 종종 상상해. 계속 회사인간으로 살았다면 나는 어땠을까 하고 말이야.


서두가 길었다! 축하해줘. 두려움을 넘어서 산뜻한 멘탈관리를 위해 운전을 시작했어. 드라마틱한 두려움을 극복하진 못했어. 아기가 11킬로그램에 육박해 가는데 어린이집이 5분 거리거든. 추운 겨울에는 5분이 15분처럼 길게 느껴져. 무엇보다 월요일이랑 금요일에는 내가 전생에 짐이 열리는 나무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뭐가 많아. 카페인간으로 지내다 엄마인간 모드로 스위치를 변경할 때면 녹초가 되거든. 그럴 때 아기가 무겁다 느껴지고 힘겹더라고.


내가 사는 곳 빌라가 주차하다 차를 박으면 남의 탓하기 좋을 만큼 어려운 코스야. 들어오는 입구가 무지막지하게 좁아서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로 초보에겐 고생 코스지. 그 코스에서 오른쪽 앞문, 뒷문 긁고 눈물나는 시간을 견디었더니, 지금은 잘 들어오는 중이야. 물론 아직도 조마조마해.


그래도 오늘이 6일째 운전을 했던 날이야. 스스로 칭찬하고 싶을 만큼 대견해. 오른쪽 차 문 앞과 뒤는 내가 해 먹었어. 


남편인 루이스가 오전 6시 30분에 출발하거든. 우연히 짐이 많아서 한번 데려다줬는데 요 며칠 운전기사 역할 중이야. 출근하는 지하철역도 거의 5분 거리야. 요즘 5분 거리 운전사야. 우리집 주차는 잘하는데, 다른 곳은 아직 생초보야.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어.


5분 거리가 익숙해지면 20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가보고 싶어. 그다음에는 1시간 거리도 이젠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어. 운전해서 친구네 집도 아기랑 가고 싶고, 4시간 거리의 엄마 집도 다녀오고 싶어. 고향집에 아기랑 내려갔을 때 운전을 못해서 불편했거든.


초보, 왕초보의 시절은 언제나 그냥 훅 지나가는 느낌이야. 한참 열심히 어린 아기를 영상으로 기록했는데,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 '그땐 그랬지' 하면서 말이야. 두려워하는 무언가는 계속해보면서 그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게 아직은 맞는 듯싶어. 요즘 네가 두려워하는 건 무엇인지 궁금해지네.


나는 올해 죽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운전을 시작하면서 떨쳐버리려고 해. 응원이 절실히 필요해. 운전하면서 내가 믿는 신에게 함께 해달라는 기도도 다시 하는 중이야. 신의 보호하심이 나와 너에게 매일 있기를 기도할게.

작가의 이전글 글 쓰지 않아도 잘만 사는 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