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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Feb 07. 2019

글 쓰지 않아도 잘만 사는 걸요

6일차, 잘 안 되는 #1일1글쓰기

글쓰기 수업에서 1일1글쓰기를 시작했다. 수업에 늦어서 1일1글쓰기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같이 하는 일이니 시작은 했는데 잘 안된다.


안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글을 써야 할, 1일 1글쓰기를 이어갈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기를 쓰는 것인지 작은 소재로 시작한 에세이 한편을 완성하는 일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퇴사 후 찾아온 무기력함은 사는 재미도 없고 먹는 재미도 없다. 글쓰기라도 붙잡아야 마음에 안심이 된다고 생각했다. 상상했던 것보단 글쓰기에 흥미가 확 들진 않는 요즘이다.


영상으로 기록까지 남겨두면 내가 1일1글쓰기를 잘할 줄 알았다. 그것은 명백한 착각이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나는 5일 정도 글쓰기를 하다가 쓰기를 중단한 상태다. 쓰기가 어렵단 생각이 들었고, 은유 작가의 코멘트나 봐주는 타인이 없으면 내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소재의 빈약함도 한몫을 한다.


글을 쓰지 않아도 나는 살아간다. 매일 정해진 듯 짜인 육아라는 굴레를 열심히 일하듯 굴린다. 아기가 어떻게 자라는지 굳이 기록해두지 않아도 자란다.


아직까진 습관처럼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살펴봤다. 출판사에 투고해서 작가가 됐다는 세 쌍둥이와 아들 한 명을 나은 아이 네 명인 엄마의 브런치였다. 그의 브런치 글을 읽으면서 내가 겪는 세상을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됐다. 내가 아니어도 그가 하고 있었다. 나보단 아이도 세 명이나 더 키우면서 같은 고민 다른 속도로 글을 써냈다.


어쩌면 나는 의무처럼, 습관처럼 써왔던 '글'과 '쓰기'에 질문을 던지고 과연 내가 잘하는 일인가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게 아닐까.


글쓰기만큼은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결국 막연함에 넉다운이다. 내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한 목표와 의미가 꼭 재정립되어야 할까.


나는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해낼 때 기쁨도 느끼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 홀로 투쟁하듯 놓지 않으려고 했던 쓰기를 계속 할 지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오늘 쓰는 일도 하지 않아도 나는 살아가고 산다. 내게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불같은, 지울 수 없는 운명 같은 이유를 찾고 싶다. 아니면 쓰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라도 찾아서 마음 편히 살다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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