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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Dec 20. 2019

장롱면허탈출3주차 : 혼자 내비게이션 듣고 운전하기

쫄보의 운전 - 가고 싶은 고향에 운전해서 꼭 가보고 싶다

안녕. 다시 겨울이야. 후덜덜

나는 주차연습을 주행만큼 자주 하진 못했어.


주차하다가 도망간 이후로 트라우마처럼 주차하는 순간들 자체가 겁이 나는 것 같아. 그래도 기뻐해죠! 우리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목적지에 다녀왔어. 혼자서 운전하며 그 거리를 가는 날이 오다니, 사실 믿기지 않아. 목적지까지 주행을 성공하고 지인에게 호들갑스럽게 수다를 떨었어. 아마 한 시간 이상은 어떻게 그 거리를 왔는지 듣는 상대방이 지루했을 거야. 내비게이션 들으면서 헷갈렸지만 전에 남이 운전할 때 가봤던 이미지를 떠올리며 성공했다니까.


출발하기 한두 시간 전부터 내비게이션 유튜브 강의도 들어보고, 모의주행도 세 번은 한 것 같아. 내비게이션 들으면서 가는 게 생각보다 어렵긴 했어. 나는 왼쪽 도로로 가는 중인데 몇 미터 앞 왼쪽 도로로 가라는 식의, 초보인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있더라고. 어제 알았는데, 갈라지는 곳에서 어느 도로로 주행하라고 알려주는 거래. 생각해보면 어려운 말도 아닌데, 뭐랄까 잔뜩 긴장하니까 여유가 없어서 말을 방구로 들은 것 같아.


일상에서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자주 느낄 일이 많지 않잖아(소소하게 많지만 우와 할 만한 성취감 말이야). 요즘 내 삶에서 운전은 천군마마를 얻은 기분이야. 고향이 전라남도 여수야. TMI정보지만 아기랑 같이 여수 가려면 어려서 고속버스보다 기차가 편하거든. 그런데 이놈의 기차 예약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야.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금요일 저녁에 가야하는데 2주 전에는 잡아야 고향에 갈 수 있지 뭐야.


아기가 갓난쟁이였을 때는 몸무게가 가벼우니까 짐이 많아도 괜찮았어. 이젠 신발 신고 걷는다고 하지 어린이랑 똑같은 밥을 먹지. 말도 . 고향에 내려가기도 전에 이미 지치더라고. 글쓰기 학인 중에 달맞이라고 있어. 달맞이는 나랑 동갑내기인데 집이 강원도래. 일찍 결혼해서 운전도 일찍 했더라고(결혼과 운전엔 보이지 않는 상관관계가 조금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강원도까지 운전하고 간다는 말이 어찌나 멋있어 보였는지.


사실 운전면허 따고 초보운전자들에겐 어떤 로망이 있잖아. 내가 운전해서 가고 싶은 그곳에 내 마음대로 가는 것 말이야. 주차가 미흡해서 아직 위험하지만 고지가 보여.


다음엔 여수까지 3시간 30분을 운전해서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어. 당장은 무리지만 30분 하루 성공하곤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어. 내가 기분파여서 감정의 널뛰기가 심한 편이야. 이해부탁해.


아기를 차로 등원시키고 비어있는 아파트 주차장을 보니까 막 연습이 하고 싶은 거 있지! 이번 주말엔 탁 트인 공터에 가서 마음 놓고 후진주차 연습을 집중해야겠어. 운전,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일상의 기쁨이 되더라고.


그런 말이 있대. 용기는 좌절에서부터 나온다! 다시 운전을 시작하면서 내 마음이 그랬어. 날이 추운데 아기는 무겁고 늘 등원 시간에 쫓겨서 녀석에게 화내고…그 순간들에 나도 모르게 지쳤었나 봐. 혹시 좌절할 일이 있다면, 용기를 내기 위한 어떤 찰나라고 가볍게 생각하자. 잘 안될 때가 많지만 그래도 마음이라도 먹어보려고.


참, 운전하면서 기름이 한 칸만 남아도 마음이 콩닥거리는 게 초보의 마음이잖아. 어젠 루이스에게 셀프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법을 배웠어. 내가 운전하는 차가 연식이 오래돼서 수동으로 하는 게 많아. 비오는 날, 5분 거리 운전도 무서움을 잘 극복하고 성공했단 소식도 덧붙여.


초보운전러들, 화이팅!

매일 안전운전~



https://youtu.be/Og7e9oggd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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