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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Dec 21. 2019

그래서, 내가 다시 일을 하고 싶어

출산, 결혼한 여성에게 일이 주는 무게감

https://youtu.be/c3tWu2I1fhU

얼마 전에 마음이 움직여서 한 회사에 지원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나는 그곳에 맞게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밤잠을 줄여가며 정리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며칠 잠들지 못했다. 성장가능해보이고, 유연한 근무조건이 마음에 들었고, 뽑아만 주면 좋겠다 싶었다. 모든 사람을 다 뽑지 못하는 대표의 마음도 알겠고, 불합격한 내 마음도 알겠다.


나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지 않은가. 현재 나의 상태는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는 유무급노동자다. 카페는 여름에 성수기였다가 겨울에는 비성수기다. 11월까진 손님이 많아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 2명과 일했다. 손님이 줄었는데 2명의 친구들도 계속 일한다. 사장 측근이라서 안 좋은 점인데 내 노동 시간이 줄었다. 매장을 나가는 요일도 줄고 있다.


나는 알아서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타입이라, 일하는 친구들 몫을 남겨두지 못하는 성향이었다. 시키는 일보다 내가 하는 게 마음 편한 인간이었다. 의도치 않게 그들이 할 일을 내가 다 해버리는 상황이 일어났다.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내가 자리를 비우기로 했다. 같이 있으면 그가 할 일을 내가 하면서 내 입에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비성수기라 나는 비용을 정해놓고 받지 않게 됐다. 그들은 매주 시간당 돈을 꼬박꼬박 카페 매출과 상관없이 받았다. 그래서 매장에 나가는 시간을 스스로 줄였다.


시간이 줄고 통장에 가용가능한 현금이 부족했다. 남편 카드를 쓰면 될 일이다. 아직 나는 말처럼 그 행위가 어색하다. 어쩌면 많은 부분 나는 남편에게 의지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내 용돈 아니 내 일로 돈을 벌고 싶단 마음은 퇴사 후에도 잊지 않고 가지고 있다.  


지원해도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인데 나는 현실을 탓해야 하는지 아니면 나 자신에게 화살을 돌려야 하는지 난감했다. 종교의 이유까지 돌아볼 정도로 나는 위축됐다.


우연히 종교방송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신에게 받는 교수가 꼰대처럼 보일법한 간증을 했다. 자신의 달란트를 신을 위해 쓰겠다 하니 앉으나서나 아이디어가 샘솟고, 한번 받기도 어려운 권위적인 상을 수백 번 받았다며 두 눈의 총기를 빛냈다. 한때 인터뷰이로 섭외할 생각으로 접촉했던 사람인데, 마음이 쓰렸다.


종교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잘되는 사람도 많은데, 일이 안 풀리니까 나는 종교서적부터 읽어야 하나 고민했다.


일하고 싶었는데 2년 동안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하다. 가족카페에서 하는 일에 마음을 정하고 붙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연말이 지나 새로운 2020년에는 나이도 더 먹고 사회에선 별로 뽑고 싶지 않을 카테고리에 들어갈 인간이 된다는 게 좌절스럽다.


그런 상황의 나에게 유튜브에서 위 영상을 추천했다. 6분 56초에 나오는 “그래서”라며 여성이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침묵이 몇 초 흐른다. 그 순간이 위 영상의 모든 걸 함축하는 느낌이었다. 경력단절여성, 기혼여성이 [일하고 싶은 이유]를 말해주는 콘텐츠이자, 요즘 남들에게 아무말대잔치라도 좋으니 하고 싶은 내 이야기였다. 다시 가능한 일을 찾아보자!!!!


카페 일은 줄어서 시간은 되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다. 나는 4-5시가 되면 아이를 데리러 신데렐라처럼 가야 하니 애매한 인생 시즌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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