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방학으로 잠시 카페 일을 쉬엄쉬엄
가족인 C가 지인과 동업해서 실험적인 카페를 성수동에 하나 열었다. 그말인즉슨, 내가 C가 하던 카페 운영을 사장처럼 도맡아야 한다는 의미다.
C는 처음 서대문 골목에 카페를 열곤 2년 넘게 손님, 매출, 열악한 환경 덕에 늦은 나이에 고생했다. 그는 2.5평인 그곳을 자신이 스스로 만든 감옥이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작은 공간을 잘 운영하기 위해 메뉴판도, 커피메뉴, 커피머신, 인테리어 등 해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할 수 있는 건 시도했고, 오지 않을 것 같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안정화될 때쯤, 그는 다른 곳에 또 한 번 도전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매장을 늘려갈 때는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었다. 가까운 사람이 사업 확장을 시도하니 마음이 두 근 반 세 근 반이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다른 곳을 연다는 것이 조심스러웠고 아직도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다(팔은 안으로 굽네요).
잠깐 그가 성수동 매장에 자신을 갈아 넣을 동안 빈자리를 내가 사장의 부인으로, 사장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덕분에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처절하게 배웠다. 회사 다닐 때 왜 대표가 매출에 집중하고, 그것이 '피'와 같은 생명이라고 매일 말했던 이사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사장에게 돈은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자신의 밥줄을 해결하고 매장이 살아남는 눈에 보이는 증거였다.
매출이 좋지 않으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월급을 주지 못할까 봐 신경 쓰였다. 줄어드는 매출을 어떻게든 잡아야 하지만 방법을 알지 못했다. 카페는 물장사란 말처럼 여름에 매출이 다른 계절에 비해 폭발적이다.
비성수기에 해당하는 추운 겨울이 오면 사람들이 거리에 돌아다니질 않는다. 카페는 자리가 전부라는데, 가게를 해보니 알겠다. 돌아다녀도 따뜻하고 앉아서 이야기하러 가는 목적에 해당되는 카페만 손님이 바글거린다. 그에 비해 테이크아웃 매장은 손님이 찾아오도록 하는 다른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
C가 없었던 몇 개월(?) 동안 나는 사장처럼 하려고 애를 썼지만 몸과 마음이 쉽진 않았다. 주변 사장님들의 "여기 남자 사장님은 어디 갔어?"라는 반복되는 질문에 답해야 했고 손님들도 그만 찾았다. 나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사장을 대신하진 못했다. 사장 없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나도 밤낮으로 카페 생각만 했다. 그래야 겨우 돌아갔다.
1인 다역을 했던 사장님 없이 카페의 러쉬타임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일하는 친구들과 합을 맞추면서 나는 원형탈모를 얻었다. 그만큼 신경 쓴 흔적은 고스란히 육체에 새겨졌다. 사장, 리더의 자리는 사람 자체를 갈아 넣어야 운영되는 영광의 자리인가. 가족가게에서 일하며 사장처럼 일한다는 게 무엇인지 배우는 시간이었다. 사장은 아무나 하진 못하는 자격 혹은 자리인 듯싶다.
테이크아웃매장의 비성수기인 겨울,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카페기록은 따뜻한 봄에 돌아올게요)
시옷구독커피는 성수동 카페 어니언, 글로우와 같이 쟁쟁한 골목 안쪽에 위치해있어요. 유명한 맛집으론 행복식당이 몇 걸음 못 가서 있다.
이름처럼 성수의 지명과 건물모양을 본떠 만들어졌어요. 구독하는 요즘 시대에 맞게 매일 사 먹는 직장인을 타켓팅으로 한 달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으로 언제든지 모든 메뉴를 같은 가격에 마실 수 있어요.
시옷구독커피는 카페어니언에도 있는 페코 드립머신으로, 다양한 커피를 맛보도록 요일별로 돌아가게 다른 원두를 서비스해요.
일주일구독권과 한달구독권이 있고, 얼마 전에는 플랫화이트와 아이스티, 허브티로 구독자들의 메뉴 선택을 다양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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