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경력단절 기혼여성의 재취업분투기 ep.4
첫 회사를 퇴사하고 2년이 흘렀다. 흐르는 시간 동안 나는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최소금액만 받고 나를 갈아 넣으며 헌신했다. 헌신한 결과는 반짝거리는 카페기구들, 손님들의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다 혼자 운영하기 어려워진 시점에 외부 사람 그러니까 아르바이트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전에도 글에서 밝혔는데 나는 혼자 일을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라 시키는 걸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하는 이들과 함께 그들의 몫까지 싹 해치우는 사람이었다. 어떤 날은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버거웠다.
버거운 찰나에 입사의 기회가 왔다. 잡았다. 오늘로 주말을 제외하고 62일 동안 회사에 출퇴근하고 있다.
첫 월급을 받았던 2월 25일에는 감응이 없었다. 올라오는 욕구와 욕망을 누른 채 살았던 날들이 길어서일까. 내 돈 같지 않고 종이돈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곳에서 퇴사하기 전까지 5개월의 계약기간 동안 500만 원을 모으고 나가고 싶다는 목표도 있었다. 500만 원이란 목표는 퇴사 후에도 당분간 먹고살만한 최소금액이었다.
3월 25일, 두 번째 월급을 받았다. 기분이 좋았다. 회사에 억동료(10억을 모은 사나이)에게 들은 투자정보 혹은 방향성을 가지고 무언가 시도하거나 도전할 기회가 생겨서 기뻤다. 전에는 돈을 모으면 통장에만 고이 모셔놓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통장에 박힌 돈은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에서 금리인하를 한 이후에는 통장에 쌓인 돈이 갈 바를 잃었다. 그런 찰나에 투자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동료가 바로 옆에 있었다. 심지어 나랑 동갑이다.
월급의 절반을 떼서 통장이 아니라 달러로 바꾸었다. 통장에 묵혀두었을 때보다 돈이 일하는 느낌이 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작디작은 회사를 비껴가지 못했다. 회사 대표는 2분기(4-6월)동안 무급휴가동의서 이야기를 꺼냈다.
바이러스에는 계급이 없지만
재난에는 계급이 있다.
‘코로나 갑질’이란 재난은
유독 약자에게 강하다.
나는 일을 시작할 때 아기 어린이집 등원 문제 때문에 하루에 7시간만 일한다. 거기에서 25퍼센트 삭감해야 하니 주5일 근무가 아니라 주4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갑자기 저축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어디에서 줄여야 하나.
불현듯 불안감도 엄습한다. 회사는 2분기에 실적을 낼까. 영영 주4일에서 점점 줄어서 실직 상태에 놓이지 않을까. 무급휴가동의서를 받아 들었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노동법도 잘 모르거니와 회사 대표의 눈을 마주하기 겁났다.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노동법을 찾아봤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똑똑한 척하면서 살고 싶은데 현실에선 똥멍청이처럼 지낸다. 갑이 하라는 대로 슈퍼 을처럼 산다. 카페 사장인 남편에게 상의 아닌 상담을 했다가 한 소리를 들었다.
고용노동부에 가서 자주 하는 질문을 훑어봤다. 한글로 적혀 있지만 이해하기 난해했다. 4월 25일 세 번째 월급을 받으면 얼마나 깎였는지 명확해질 터다. 하루 쉬는 날에는 가족카페에 가서 밀린 일을 처리할 듯싶다. 아르바이트하는 분들에게만 맡겨둔 공간, 잘 굴러가고 있을까. 나는 안전하게 목표금액을 달성하고 해피하게 마무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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