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란 달콤함에 빠지지 않기

30대 경력단절 기혼여성의 재취업분투기 ep.5

by 김애니

이번 주는 몸과 마음이 안팎으로 시끄러웠다. 시끄러운 만큼 몸이 말썽이다. 현실 육아가 시작되곤 운동, 친구와 만남 등은 코로나까지 더해 모두 일시정지다. 미혼일 때 누렸던 자유로운 만남, 운동은 현재 내 삶에서 사치처럼 거추장스럽다. 퇴근하고 아기 밥 차리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이 디폴트처럼 세팅값이다.


얼마 전, 50원짜리 크기의 원형탈모를 발견하곤 마음이 착잡했다. 가족카페 일을 사장처럼 도맡아 했을 땐 뒤통수에 나더니, 이번엔 왼쪽 옆머리다. 원형탈모가 생길 정도면 회사 생활이 유쾌하지 않았단 증거가 되어줄까.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어김없이 위 통증, 복통, 두통까지 찾아왔다. 머리가 아플 땐 타이레놀을 먹으며 통증을 가라앉혔다. 나는 퇴근 후 시간을 위가 아파서 아기도 돌보지 못하고 드러누운 상태로 보냈다. 갑자기 내 몸이 무슨 신호를 보내는 걸까.


회사만 퇴근하면 곧잘 살만 했다. 회사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퇴근 30분 전에 비정기적으로 일어나는 회의,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밑밥이 없는 현실, 인간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어려움들로부터 발생했다.


일하는 곳에서 약속했던 계약기간 5개월이 끝나면 다른 일을 도전해볼 거대한 계획을 세웠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하고 잉여의 시간을 공부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보내야 하는 일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회사와 3개월 더 계약 연장을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엔 고마운 점도 힘든 만큼 존재한다. 나는 2년 동안 공백이 있었고, 유튜브 마케팅을 모르고 좋아만 했던 나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3살짜리 아기를 키우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7시간만 일하고 집에서 30분 여분 거리에 위치한 점도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렇게 구한 일을 내려놓고 불확실한 일에 도전할 용기가 내겐 없었다. 일의 방향을 바꾸기엔 무리가 있었다.


나에겐 남편은 친구이자 상사이자 온갖 잡다한 역할이 마구 구겨 넣은 오롯한 대상이다. 다른 커리어로 전향하고 싶은 마음에 상담을 한 것이 내가 한 실수였다. 남편은 대표 마인드로 나에게 이야기해줬다.


"돈 벌면서, 쓰면서 쌓는 게 커리어지."


맞는 말이지만 내 입이 혹은 마음이 방정맞았던 걸까. 도전하려고 혼자 꽁꽁 숨겨놓았다고 겨우 숨을 고르고 꺼내놓았더니 돌아오는 으름장에 나는 계획을 변경했다.


도전을 멈춘 이유는 일단 현실이 눈에 밟혔다. 아래 첨부한 링크처럼 현실이 녹록지 않다. 누군가에게 월급 받는 삶을 단 한 달이라도 살 수 있음에 감사해도 모자랄 판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론 현실을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다는 암울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육아·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도 229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6월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 증가는 모든 연령계층에서 증가했지만 특히 20대(28.1%)와 30대(29.0%)에서 가장 크게 늘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5/2020071501413.html


그리고 환경의 제약이 크다. 아직 남편은 사업 확장 중이라 내가 생활비 일부분을 충당해야 하고, 나 역시 쪼들리며 사는 일의 불편함을 알기에 선뜻 선택하지 못했다. 마구잡이로 덤비고 날뛰던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시간이 약인 건가.


'비전공자의 데이터공부법'에서 작가의 한 문장이 뇌리에 깊이 남는다. "스타트업 회사의 성장이 내 성장은 아니다"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지금 하는 일을 기술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내 선에서 필요한 일을 계획했다. 자격증을 따야 공부할 것 같아서 문제집부터 샀다. GA도 공부하는 게 좋겠다.


마케팅업계에서 그로스해킹처럼 실적을 개선하고 성과를 내는 일은 각광받는다. 당장 돈이 되지 않은 콘텐츠 제작보다 돈을 만들어주는 그로스해킹 분야에 해당하는 것들이 내겐 기술처럼 보였다.


현재 나는 콘텐츠 마케팅보다는 단순제작에 가까운 일이라 업계에서 원하는 마케팅 관련 업무를 맡기엔 무리가 있는, 선뜻 돈 주고 고용하긴 애매한 포지션이다.


이번 주는 대표의 회의 없이 조용히 넘어가나 했는데, 금요일 퇴근하기 5분 전, 일감이 벚꽃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처럼 주어졌다. 도전하지 못하고 지켜보는 중인 그곳은 이번에 역대 최고의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datamajorb

스타트업 회사의 성장이 내 성장은 아니란 다른 작가 브런치북 현실 조언. 깨달았으면 정신 차리고 건강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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