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은 무엇인가요?

30대 후반 기혼여성의 재취업분투기 ep 7.

by 김애니

면접 당일이 되니, 하루 종일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해야 할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소파에 벌러덩 누워서 시간을 축냈다. 떨리는 마음에 이것저것 영상을 보면서 면접 준비를 했다.


면접은 1시간 30분, 마스크를 낀 채로 집중해 이야길 듣고 말하다 보니 나올 땐 녹초가 됐다.


회사 대표는 어떤 곳인지 소개하곤 자신들의 니즈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딴딴한 호랑이상인 대표를 보면서 얼굴이 주는 이미지만큼 요구사항이 깐깐하게 다가왔다. 원대한 꿈처럼 대표의 니즈가 내겐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주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구분됐다.


강의와 교육하는 대표님이라 그런지 말이 내 입장에선 길고 많았다. 그래도 들었다. 나는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이며, 이 자리는 면접 자리 아닌가. 네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저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알리는 잘합니다."


자기 회사엔 왜 지원했냐고도 물었다. 나도 한 아이의 엄마인데 이러저러한 점이 궁금했고 콘텐츠 제작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답했다.


영상편집도 배우기 시작했다는 지원서류를 보곤 어떤 영상을 만들었냐고 보여달라길래 케케묵은 7개월 전 영상을 보여줬다. 그런 영상을 만드는데 얼마의 시간이 드냐고 물었다. 7개월 전이기도 했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표가 보여준 래퍼런스 영상은 영알못인 내가 보기엔 카메라 3대에다가 셀레브 스타일 자막까지 들어갔으니 쉽지 않아 보였다.


나는 영상편집보단 글과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사람이라 핏이 잘 맞지 않다고 느꼈다.


대표가 말하는 니즈에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하길래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홍보는 기획력을 갖춰서 자기네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표에게 홍보는 도깨비방망이처럼 고차원의 영역처럼 다가왔다. 난 그럴 능력이 일도 없다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갔을 때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만들고 싶은 게 무엇인지 질문이 질문을 낳았다.


대표와 12년 동안 함께 일한 이사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래서 “지원자님이 잘할 수 있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해서 나는 한참 뜸을 들였다.


1시간 30분이란 시간 안에 나는 잘하는 게 콘텐츠 제작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면접은 협상의 자리라 편하진 않다. 전 직장에 7개월밖에 다니진 않았지만 그곳에서 면접은 오늘과 달랐다. 내가 했던 경험은 충분히 인정해줬고, 자기 회사에 와서 할 일은 무엇인지 꽤 명확했다.


오늘의 이곳도 할 일은 명확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홍보 전문가라기보다 리브랜딩 전문가처럼 다가왔다. 인플루언서를 원했던 걸까. 글을 쓴다고 말했지만 내가 읊조리는 강점이 그들에겐 단점처럼 느껴졌던 걸까.


나만의 강점을 이야기하라는 말은 성과를 낸 결과물만 말하란 의미였을까. 이렇게 질문이 떠오르는 걸 보면 무언가 배우고 나오긴 했다.


다른 사람 말고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로, 콘텐츠 제작 가능하단 말은 일반적이라서 그들은 내가 궁금해서 묻고 또 물었나 보다. 괜히 안 쓰던 렌즈까지 끼고 가서 더 고생스러웠다.


면접 후 떨어졌다. 예상했던 결과라서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옭아매는 듯한 꼼꼼한 리더 밑에서 나는 잘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인터뷰 공기가 숨막혔는데, 나중에 코칭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인터뷰는 커뮤니케이션 자리라 그날의 공기가 좋지 않았고,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아야지 기빨린 경험이 이미 부정적인 결과를 암시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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