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경력단절 기혼여성의 재취업분투기 ep. 1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재취업이었다. 일하는 나로 살고 싶었다. 퇴사 이후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다. 퇴사를 하고 일자리 구하기가 왜 힘든지 경험했다. 한 회사에 오래 머무는 게 능사가 아니란 사실도 배웠다.
얼마 전, 일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플랫폼 위커넥트에서 유명한 투자회사인 알토스벤처스와 협업하니까 인재풀에 등록하고 싶냐고 설문이 올라왔다.
지원서 질문 중에 알토스벤처스에서 투자한 회사 중 꼭 필요한 곳이 있냐는 질문에 나는 “가릴 처지가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사회는 나를 경력단절여성으로 부르고 위커넥트는 경력보유여성이라 말하지만 현실은 애딸린 유부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가족가게에서 일하면 무급가족종사자로 분류된다.
내 상황에서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일했던 경력이란 단어는 마음속에 내려놓아야 하고, 연봉협상 따윈 일할 기회만 줘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일할 기회는 실오라기처럼 붙잡기엔 끊어질 듯 가냘펐다.
지원했던 곳마다 서류광탈로 한동안 내려놓고 가족가게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할 계획이었다. 사람 일이란 게 뜻대로 되지 않고 가게가 비성수기에 들어갔다. 나는 아기등하원도 시켜야 하고 갑자기 녀석이 아프면 돌봄을 도맡아야 하는 역할이었다. 사회에서 리더가 보기에 나는 일하기엔 부족한 아니 불편한 사람이겠다.
아기가 어린이집에도 잘 다니고 비성수기라고 집에만 있기엔 내 성향이 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쉬는 게 재미있지 않았다. 지루했다. 내게 집은 안식처와 보호처가 아니라 일하는 공간이었다. 호텔이나 가야 안식하는 기분이 든달까.
성향 탓도 있어서 틈나는 사이로 구직활동을 했다. 했던 일로 자리를 알아보니 요즘은 콘텐츠 마케터를 원했다. 나는 콘텐츠만 아는 경력미달의 요건을 갖춘 사람이었다. 마케터 자리는 젊고 걸릴 게 없는 이들을 찾는다치면 나는 꼰대가 될 가능성과 주니어를 받아야 할 처지다.
sns를 돌아다니다 구인공고를 보면 끌리는 곳에 밤을 새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넣었다. 매달 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받고 싶지만 영혼을 갈아 넣을 자신이 없었다.
한 회사에서 뉴스레터를 만들고 sns관리만 하면 된다길래 지원했다. 예상면접질문지를 만들고 회사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인터뷰이 자료 찾듯이 면접 전까지 조사했다.
두근 세근반 하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도착했다. 회사 사무실은 10평 정도 되어 보였고 대표와 직원이 함께 일하는 새하얀 곳이었다. 밝은 형광등과 너른 회의실은 삭막하고 차가웠다. 덩그러니 책상에 3개의 옥수수수염 맛의 음료가 놓여있고 천장에선 히터가 세게 나와서 건조했다.
나는 미리 챙겨간 티텀블러에 음료를 마셨고 예상질문을 상기했다. 대표와 직원이 함께 왔다. 그것에서 마주친 두 명의 남자직원은 공통적으로 모자를 착용했다. 머리를 감지 않은 건가. 캐주얼한 분위기인가 나는 상황을 살폈다.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 내가 자존심을 잃은 영역이 있었다. 단순해 보였던 일은 생각보다 거시적이었고 내가 감당하기엔 아리송했다. 돈을 받고 뉴스레터 제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 명이 그 일을 도맡아 기업마케터를 대상으로 전문가처럼 프리미엄한 어떤 걸 떠먹여 주고 세워나가길 기대했다. 투자할 여력은 되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하는 자리였다.
나는 가족이 옆에서 한 가게를 세워나가려고 몸과 정신을 갈아 넣는 걸 봤다. 2년이 걸렸다.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다. 매일 존폐위기다.
면접을 본 곳은 성장가능성이 있겠다 싶었고 맡은 일도 감당하겠다 싶었는데 현실은 달랐다. 회사에서 보기에 나는 경력은 충분한데 뉴스레터로 수익을 내줄까 긴가민가한 인력이었다. 얼마나 되는 저울질에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은 가지치기될까.
1월 초에 면접을 봤는데 1월 31일에 연락이 왔다.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동영상 콘텐츠 마케팅을 한다.
앞으로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에디터 기은처럼 글도 쓰고 영상도 하는 사람이고 싶다. 여성리더 밑에서 일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나중에는 내가 회사를 차려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창업도 고민이 된다.
오래간만에 하는 회사생활 콘텐츠 마케팅 정보도
할 수 있는 만큼 기록해볼게요!
캄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