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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Sep 28. 2020

D-11 시간에 쫓기는 소리

쫄보의 운전, 장롱면허탈출

D-16,14 못하니까 하지 말래?

안녕! 평일엔 매일 왕복 10분 운전 맹연습 중이야.


운전을 못하니까 하지 말까 하는 마음이 계속 괴롭혀. 또 습관처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오전 9시엔 차들이 많으니까 늘 10분 일찍 나서. 그러면 도로가 수월해. 좌회전해야 하는데 내 선에서 딱 걸렸어. 노란불일 땐 애매하게 멈출 거면 가는 게 낫더라. 물론 멀리서 빠방 소리가 들렸어. 다음엔 기다려야겠어.


D-13 명절이 오는구나

안녕, 오늘도 무사히 운전했어.


아침에 아기 챙기느라 분주했지만 심호흡하면서 등원길을 다녀왔어. 명절 때문에 택배트럭이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더라.


오른쪽으로 꺾을 때 차가 없었는데 오늘은 신호가 걸린 거지. 엄청 조마조마하면서 조심조심해서 빠져나갔어.


원래 가는 길에 트럭 만나서 당황했지만 나도 금방 나올 거라 트럭 뒤에 주차하고 다녀왔어.


집 주차장에서 왼쪽 붙이기가 생각보다 잘 안돼서 애를 먹었어. 왼쪽을 붙이려면 반대로 돌렸다가 후진해서 다시 전진! 머리론 알겠는데 늘 그 자리에선 다른 방법으로 해. 꾸준히 주차를 잘하는 드라이버로 성장하길 응원해줘.


D-12, 11 시간에 쫓겨 감정에 격했을 때  

안녕, 오늘은 아침부터 월요일답게 분주했어. 분명히 나는 오전 6시 10분부터 깨어있었는데 말이지. 녀석의 아침은 요구르트, 과일, 우유, 시리얼 정도인데, 가끔 밥을 달라고 할 때가 있어. 오늘이 그런 날이야.


식탁을 치우지도 못하고 녀석 챙길 것만 부리나케 준비해서 다녀왔어. 운전, 또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거렸어. 나오는 길에 애먹고 들어오는 택시 만나서 잠깐 피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이사차가 와 있고. 초보일 땐 모든 것들이 다 장애물로 보이는 것 같아. 다 나를 위협하고, 나를 심리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들.


주말에 시어머니랑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인사이트가 있었어. 운전을 해야 할 이유, 독립심! 운전도 잘하고 사회생활도 하는 남편의 도움으로 살다가 갑자기 혼자일 때가 찾아올 수 있잖아. 그래서 시어머니는 시아버지보다 더 먼저 운전도 하고 혼자 막 했대. 운전경력만 40년은 되시는 듯.


물론 난 남편에게 되도록 의지하지 않고 알아서 하려고 하는데, 점점 게을러지고 편하고 싶고 그러잖아. 그러니까 못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생기더라고.


목적지에 믿을만한 사람이 있으면 운전을 해서 가볼 수 있겠단 생각은 드는데, 생각만 하는 에너지에 힘쓰지 말고 해 버리는데 에너지를 쓰는 이번 한주가 됐으면 좋겠어.


아, 그래도 이번 주엔 시어머니 차바퀴가 구멍 나서 1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카센터에도 다녀왔어. 집-어린이집-시가 외에 새롭게 가본 곳이 추가됐어. 아, 종종 20-30분 거리에 믿을만한 사람이 있으면 차를 몰고 가기도 하는데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야.


시어머니 말론, 못한다고 안 하면 계속 못한대. 그냥 천천히 많이 해보고 다녀보는 수밖엔 없대. 그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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