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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Oct 07. 2020

초보의 시간

쫄보의 운전, 장롱면허탈출

D-9 목적지가 있어야  

안녕, 남편은 가게 영업 때문에 나갔고, 나는 녀석과 단둘이 남았어.


언제부터일까, 녀석과 집에만 있기 어려워진 시기가 도래하더라고. 전에는 유모차로 녀석과 나가는 일도 수월했는데, 어느 시점에 그것조차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어.


권고사직은 운전연습에 있어 최고의 타이밍이었을지도 몰라. 운전할 때 시간이 (정말) 충분히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나가고 녀석이 요즘 꽂힌 삽을 들고 왔어. 애들이 어느 시기가 되면 모래놀이를 좋아해.


모래놀이를 주기적으로 하니까 오늘도 녀석은 내게 삽을 들고 나가자고 했어. 마음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다 녀석에게 화를 버럭 낼 게 분명하잖아. 그러니까 나가기로 했어.


목적지가 있었어. 시가놀이터에 가자! 거기엔 슈퍼마켓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쾌적해 보이는 놀이터도 있잖아.


넓은 주차장도 완비되어 있어. 주차를 못하면 다시 돌아올 각오로 호기롭게 녀석과 함께 출발했어.


아직 주차를 잘 못해서 넉넉한 자리, 그러니까 두 자리가 비어있는 곳에 하는 편인데, 다행히 그런 자리가 있었어. 우리집에서 2.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녀석과 나들이 성공했어. 다음에도 잘 올 수 있을 것 같아.


하니까 되는 일이 있구나 싶어서 뛸 듯이 기뻤어. 구직하는 건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거든. 조금 씁쓸할 이야기지.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데 글쓰는(?), 콘텐츠를 다루는 직업군은 이제 내려놓고, 전혀 다른 방향 나를 필요로 하는 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인가 싶어. 계속 그걸 고민 중이야. 결정은 못했어.


D-8,7 운전할  성격

안녕, 명절 기간 동안 평소보다 운전을 (많이) 했어. 한 만큼 혼이 나갔어(슬픔).


내 운전선생님은 남편이야. 남편이랑 타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운전해서 처음엔 좋았는데, 어느 순간 늘 다퉜어. 예를 들면 내가 운전하고 있을 때, 남편이 "멈춰"라는 말은 속도를 줄이란 뜻인데, 나는 정말 멈췄지 뭐야.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싸웠지. 주차해놓고 나는 잘못 없네 모르쇠로 일관했어. 소리 지르면서 다그치고 말하면 내가 똥고집을 부리는 편이야. 난 언제쯤 사람이 될까.


우리집에서 백화점은 2.3킬로미터 거리야. 내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내 뒤에 차가 나보다 먼저 추월하더라고. 나도 들어가야 하니까 엑셀을 부앙 밟았지. 어떻게 됐게? 귓가를 때리는 맑고 청아한 소리 "빵". 나는 끼어들기를 실패했어.


나중에 들어보니까 운전자 중에 성격이 급한 사람은 먼저 보내줘야 한대. 내가 경험이 없어서 몰랐던 거야. 다음엔 잘할 것 같아. 어쩌면 운전하는 동안 "먼저 가세요"라는 마음으로 매번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주차 맹훈련을 했어. 아직까진 여유로운 자리에만 될 줄 알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발전이야. 주차를 못해서 아예 차를 가지고 나가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에서 부딪히기로 결심했으니까.


나도 성질이 급한 편이어서, 주차 수정할 때, 1단계 최대한 붙이려는 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2단계, 핸들을 풀고 좀 간다. 3단계, 반대쪽으로 핸들을 움직여 마무리한다. 정리하면 3단계인데, 현실에선 자꾸 2단계가 되는 거야. 핸들을 꺾고 충분히 가줘야 하는데 그걸 자꾸 빠뜨려서 자동차가 제자리인 거야.


주차할 때, 오른쪽과 왼쪽 간격 때문에 애를 먹거든. 아무리 해도 안됐던 원인은 찾았어. 이제 몸으로 익히면 돼.


어느 날은 주차된 차를 잘 빼다가도 두려움이 막 몰려올 때가 있어. 막 차가 박을 것 같고 그런 날 있잖아. 운전은 자신감으로 하는 걸까. 운전은 그냥 차를 굴려서 하는 건데, 차랑 더 친해져야겠어.


핸들을 움직였을 때, 이녀석이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 알면 될 문제니까. 후진할 때는 꼭 가까운 쪽이 다른 차나 벽에 닿나 닿지 않나 확인하자.


뒤차에게 끼어들기 못해서 클랙슨을 당했을 때, '사라의 주행생활'을 보곤 괜히 위로받았어. 나만 그런 건 아니네. 후유.


잘할수록 어렵다는 말을 방송에서 들었어. 진짜 그런 것 같아. 무엇이든지. 원래 세상 이치가 그런가 봐. 녀석과 등원을 무사히 마쳤어. 역시 40분에 나가야 탈이 없어. 도로가 10분 차이로 다르단 말이지.


차를 몰고 고향에 다녀올 그날을 꿈꾸며. 안전운전!


D-6 날이 추워지니까 

안녕, 날씨가 더웠다가 영상 9도가 되니 옷깃을 여미게 되네.


등원할 때만 운전했는데 이젠 하원 할 때도 차를 가지고 나가야 할 만큼 추운 것 같아.


일찍 집에서 나갔는데 짐트럭이 주차되어있더라고. 겁먹어서 더 들어가도 되는데 못 들어갔어. 등원시키고 정신 차려보니까 맹구처럼 생각했더군.


초보일 때만 그런 걸까. 아, 차폭감은 언제쯤 옷처럼 편해질까. 하원 할 때도 차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아. 오전보다 오후가 차가 많고 못한단 생각에 사로잡히니 계속 묶이는 것 같아.


운전할수록 어렵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주행 생활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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