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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Feb 06. 2021

코로나 덕분에 달라진 관계

코로나 때문에 생긴 일 ft. 창고살롱

친구랑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눈 마지막이 기억나지 않는다. 코로나 덕분에 사람을 만나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그래서 좋았다. 괜히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서 편했다. 돈은 아껴서 좋았고 에너지는 필요한 관계에만 소진해서 기뻤다.

사적인 관계에서 시간 내서 만나면 안부를 묻고 철 지난 이야기까지 희미한 지속성을 위해 끄집어내는 게 매번 불편했다. 내 강점 중에 과거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향도 있지만 과거는 무엇보다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다 맛없는 곳에서 밥이랑 커피까지 먹으면 피곤했다. 즐겁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혼자 있기 싫으니 부단히 실 같은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했던 듯싶다.

특히 분기마다 만나는 관계는 개인적으로 싫어하게 됐다. 나는 왜 분기마다 관계를 챙겼을까. 어느 순간은 다 끊어졌다. 서로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그 관계는 딱 거기까지였던 걸 이제야 받아들였구나 싶다. 관계는 쌍방향이고, 서로 유무형으로 유익이 없으면 끊어지는  당연하다. 그걸 알지만 인간적인 아쉬움은 어쩌지 못하겠다.

열렬하고 진한 혹은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나는 원하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다가 내가 원하는 대로 취사선택을 해버리고 만다.

코로나 때문에 직장에서도 재택근무 때문에 일 중심으로 해서 좋았다. 물론 일은 개인적 관계처럼 마냥 해방감이 있진 않다. 불편한 게 생기는 데 관계에서 오는 신뢰가 부족해서 감내하는 부분이 전보다 생겼다. 주로 메신지로 소통하니 텍스트로 이건 이렇다고 전달하는 일이 정 없어 보였다. 되도록이면 이모티콘을 활용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명령형보다는 “~해도 될까요”라고 제안하는 편을 택했다.

일과 관계가 냉정하게 재편성되는 요즘이 좋다. 종종 그런 생각은 든다. 일은 사람이 하는 건데 불필요한 관계를 지우는 게 맞을까 하는 묘한 불안감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관계에서 발이 넣지 않았다. 시기마다 만나는 관계에 애썼지만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 마당발인 사람의 재능이 부럽긴 하지만 타고나지 않은 걸 계속 갈망하며 살아가는 건, 내 인생에게 미안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긴 대로 사는 게 병나지 않는 길이다.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코로나는 나에게 점점 명확하고 뚜렷한 기준을 갖게 도와줬다. 적당한 거리가 있는 느슨한 관계. 그거면 족하다. 지금 활동했던 창고살롱도 그렇고, 요즘 핫한 클럽하우스도! 더 욕심부리면 탈이 날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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