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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Feb 05. 2021

평생직장

사회초년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 : 창고살롱 in 글쓰기살롱


*창고살롱​에서도 (또) 글쓰기 신청(핫핫핫)


 발로  회사를 퇴사한 지 3, 다시 일을 구하기 전까지 나는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을 동경했다.


회사 밖으로 나오니까, 직장이 줬던 달콤함만 생각났다. 일하거나 일하지 않아도 정해진 날짜에 월급이 들어오고, 어딘가에 소속된 안정감이 아쉬웠다. 비빌 언덕이 있는 게 부러웠다. 청개구리 같은 내가 회사에 들어가면 어떻게 행동할지, 알면서도 기어들어가고 싶은 곳이 조직이었다.


 회사는 안정적인 곳이었다. 시조새 조상님 같은 연차를 가진 분이 많은 만큼 제때 월급 주고 그 분야에서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곳이 내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었기 때문일까. 첫 회사는 9년이란 시간을 갈아 넣었던, 첫사랑 같은 의미로 새겨져 있다.


퇴사했던 이유는 리더와 관계가 개선되지 못했고, 변화무쌍한 호르몬의 지배를 받았던 임신이 겹쳤다. 돌아보면 퇴사가 아니라 잠깐 쉬고 싶었던 듯싶다. 왜 그때는 무급휴직을 생각하지 못하고, 무작정 나왔던 걸까.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무모한 선택을 했다.


회사 밖은 정글답게 무척 자유로웠다. 다른 곳에 취업되기 전까지, 남편 일을 2년 정도 도왔다. 카페사장인 남편 측근이었기 때문에 장점도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를 누리는 대신 돈이 주는 안락함은 잠시 안녕했다.


카페 매출이 오는 손님 숫자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에 나는 늘 불안했다. 카페에서 시간은 살아내기 바빴던 나날로 기억한다. 현재, 지금 충실하다는 말의 의미를 카페에서 손님을 만나며 배웠다.


매일 먹었던 아메리카노 2,500원이 주는 의미를 입장이 바뀐 다음에야 알았다. 아메리카노 몇 잔을 팔아야 내 생활비가 나오는지 계산기가 두드러졌다.


회사 밖에서 일하는 곳이 달라지자 가장 많이 변한 건 나 자신이었다. 손님 취향과 얼굴 등을 자연스럽게 외워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직원 입장이었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


비수기와 성수기가 확실한 일 특성상 나는 재취업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유튜브에 빠져있을 때,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두 번째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유튜브 시청자 역할은 잘했지만, 그걸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매일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매일 영어로 하는 자료검색은 곤욕스러웠다.


그때 그곳을 다니는 목표는 일이 없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돈 때문이었다. 1천만 원 모으고 나오는 목표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점점 심각해졌다. 회사가 어려워졌다.


내가 그 회사와 계약했던 5개월 동안 1천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회사가 그때 내게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딱 1천만 원. 1달 정도 다녔을 때 대표는 주 5일 중 하루는 쉬어야 하는 동의서를 내밀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5일 하는 일이 4일로 줄어드니까 나는 적당히 일해서 좋았다. 직원인 나만 좋았을까. 회사 대표는 1인 기업을 하겠다며, 준비할 겨를도 없이 권고사직을 날렸다.


이제 내 인생에서 마지막이었으면 싶은 회사 이야기다. 지금 다니는 곳에 들어가려고 면접을 준비할 때 30만 원을 주고 코칭을 받았다. 그때 그 돈을 썼던 걸 보면, 정말 들어가고 싶었던 간절함이 굼뜬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원하는 회사에 들어갔으니 행복하냐고?


일할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냥 기쁘지 않다. 회사를 대하는 내 마음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들어가기 전에는 회사만 가면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 듯싶었다. 하지만 내 현실은 이러려고 여길 들어왔나 싶은 자괴감이 수십 번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월급을 받으며, 직원으로 일할 거라면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회사에서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게 원했던 회사도 언젠간 제 발로 나와야 하는 시점이 온다.


퇴사 후 2년 동안 회사 밖 생활을 하면서 나는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 사람이란 걸 알았다.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 지금 내린 결론은 스스로 돈을 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다닌 회사에 얽힌 복잡다단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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