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의 운전, 장롱면허탈출
운전석에 앉으면 잘하다가도 불쑥 두려운 마음이 올라온다. 어떨 땐 미친 듯이 어려운 주차도 수월하게 잘될 때가 있고, 모르는 길도 내비게이션만 의지해 한 번에 목적지를 찾을 때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 갑자기 운전이 술술 잘 풀리는지 알 수 없다.
고향에 갔다가 노는 경차가 있어서 쉬는 날 운전을 하며 돌아다녔다. 주차와 주행이 모두 반짝이는 날씨처럼 완벽했다. 그래서 내심 신이 났다. 서울로 돌아가면 그 차도 그렇게 끌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생각을 했다.
자신만만하게 루이스에게 운전하겠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고향에서 쏘다니며 얻은 드라이브 부심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여전히 나는 차폭감이 부족해 자꾸 중앙선에 침범하려고 했고, 카레이서처럼 속도를 즐길 줄만 알았다. 경차와 세단은 같지 않았다. 내가 세단을 몰다가 경차를 타서 운전이 좀 쉬웠던 거다.
이제 익숙해질 법한 운전은 매번 새롭고 방어운전을 해도 도로 위 변수가 늘 예상 밖이다. 서울에서 운전을 즐겨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다. 복잡하고 끼어들 여력도 없어서다. 못하니까 계속 못하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서울만 운전이 어려운 게 아니었다. 지방도 험하긴 매한가지였다. 차선 바꿀 때 내가 앞 순서였는데 뒤차가 미친 듯이 속도를 냈다. 분명 확인했다. 사람 심리 탓인지 유연성이 없어서인지 성질 급한 뒤차를 보내주는 게 맞는데 괜히 액셀을 밟았다가 큰일이 날 뻔했다. 빵 소리를 듣고 정신 차렸다.
도로 위에는 험하게 운전하는 이들이 흘러넘친다. 걔도 하는데 왜 나는 하는 억울함이 올라온다. 운전으로 날개를 단 셋째 여동생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명언을 날렸다.
두려워도 계속해야지
두려워도 계속 무언가 할 이유(목적)이 있는가 그 여부가 중요한 건 아닐까. 두려워도 내가 운전을 하고 싶은 이유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마트에만 가면 잠깐 들러도 짐이 하나인데 그 속박에서 자유롭고 싶다. 교통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이동하고 싶다. 지하철과 버스로 몇 분이 걸리니까 매번 시간을 체크하는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싶다.
나는 두려워도 계속 (운전)을 하고 싶다. 요즘 내 최애 유튜버 영상으로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