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엄마에게 재택근무란?

30대 후반 기혼여성의 재취업 분투기 ep. 12

by 김애니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11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재취업을 하곤 코로나가 900명 가까이 육박했던 작년 12월의 어느 날, 그렇게 나는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돌이켜보면 재택근무는 애엄마인 나에게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주었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니,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인가. 또 육아와 집안일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재택근무에도 양면성이 있다.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재택근무가 꿀보직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세상에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일이란 없지 아니한가.


종종 온종일 집에서 꼼짝하지 않는 일상이 조금씩 힘에 부칠 때가 있다. 기약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일의 특성상 세 식구가 살기에 적당했던 공간이 감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시간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중간에 아이 하원을 시키거나 압력밭솥에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정도는 가능하다. 만약에 출퇴근을 했다면 그 모든 일상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된다. 간혹 재택근무를 하면서 지금의 일상이 퇴사하고 싶은 그날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점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4차 대유행이라는 변수 때문에 재택근무 방식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회사 대표는 단독사무실을 구해야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죽어간다고 말하지만 이 시국에도 잘 되는 가게와 장소는 손님들이 미친듯이 몰려든다. 자리가 없어서 발길을 돌려야했던 몇몇 곳들을 보면서 나는 코로나19의 양면성을 마주한다. 백신예방접종으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사무실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내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동안 사회생활한답시고 학교출석하듯이 사무실에 나가 내 시간과 돈을 맞바꾼 지난 날의 방식대로 일하고 싶지 않다. 애엄마에게는 단점보다 장점이 큰 재택근무의 맛을 본 이상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은 변화에 적응하는 동물이니, 또 대표와 회사 방침대로 하라는 대로 따르겠지만 마음의 부대낌도 클 것 같다. 왜냐하면 재취업을 한지 11개월 동안 나는 10개월을 재택근무로 일해왔기 때문이다.


정말 와이파이만 가능하면, 진짜 몸은 어디 있는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결혼하고 아이출산과 함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기혼 여성들에게 재택근무는 계속 일해도 괜찮은 어떤 선택지가 되는 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더 크게 보지만 간혹 재택근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이들을 본 적도 있다. 재택근무라는 일의 방식이 예전보다 유연하게 가능해지면, 워케이션(Worcation) 하는 삶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출퇴근했던 시절에는 디지털 노마드처럼 일하는 방식이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19 덕분에 회사에서 정리해고도 당해보고, 재취업해서 디지털 노마드처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재택근무와 디지털 노마드처럼 계속 일하려면, 그에 맞는 업무능력이 확실히 있어야 할 듯싶다. 코로나19 이후로 재택근무 관련 일자리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한다. 실제 일자리 사이트에서 재택근무를 검색하면, 생각보다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 어쩌면 워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는 일자리는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연결해 스스로 일해낼 수 있는 실력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육아와 살림에 고군분투하면서도 일과 육아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딱 한가지로 자신의 인생을 고르지 않아도 괜찮은 삶. (만약에) 내가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라는 달콤함을 줄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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