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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Aug 19. 2021

집이라는 욕망, 그때는 몰랐다

<집이 언제나 이긴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면 인생에 무리수가 없다.

에이드리안 킴, <집이 언제나 이긴다>



-왜 이 정부는 사람들이 집 사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보나.

“좌파의 집권 전략이 그렇다. 사람들이 집을 갖고 재산이 생기면 그걸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보수 성향이 된다. 게다가 정부는 세입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여러 이점을 제공한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05/29/QHE46D4LLRA4DLYE4D7I47MYHM/


내 기억이 맞다면, 조선일보 인터뷰를 보곤 에이드리안킴을 알게 됐다. 독특한 사람이네 하고 그냥 넘겼는데, 내게도 부동산과 조우할 날이 왔다. 현재 집에서 탈출하고 싶은 자각이 생기면서부터 나는 부동산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코인투자를 했다가 약 50만 원 정도 잃어버리곤 돌아보지 않았다. 무작정 월급의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모아가고 있었다. 다른 지역의 빌라에서 사는 친구가 1년 만에 이사를 한다고 했다. 이전부터 빌라는 사는 게 아니란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친구가 이사를 가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보니, 딱 내 꼴이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 험할지도 모르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처럼 이번엔 둘째 형네가 이사를 가는 눈치였다. 워낙 그가 사는 아파트가 작은 평수이긴 했지만 내가 부러워하는 아파트였다.


원룸과 옥탑을 개조한 곳에서 살 때는 몰랐다. 이름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웃픈 욕망은 결혼과 함께 실현됐지만 수중에 돈이 없었다.


내 생애 첫 대출은 빌라와 함께 시작하며 4년이 흘렀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도 출범했다.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까? 4년 동안 나는 은행에 대출 이자를 갚으며 따로 돈을 모을 여력이 없었다. 2년 넘게 남편가게에서 일했고 재작년부터 재취업이 됐으니 말이다.


공백기 이후에 사회로 나왔을 때, 내 몸값은 무척 쌌다. 세금을 떼곤 110만 원으로 시작했다가 10년 동안 230만 원선에서 마무리됐다. 200만 원이 넘게 받은 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제도 덕분이었다. 180만 원 월급으로 2천만 원 조금 넘게 모았던 것 같다(기억이 가물).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배우러 다니면서 풀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다시 일을 구하기까지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릴 줄 말이다. 공백기 때 나는 사회에서 원치 않는 인재였다. 아무도 나를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랬던 것 같다.

빌라에서 4년 넘게 살면서 옮기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출받은 집을 어떻게 처분해야 이동 가능한지 몰랐다. 몰랐으니까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친구도, 둘째네도 더 나은 곳으로 이사한다는 소식에 내 안에 움트린 욕망이 건드려졌다.


막상 이사는 하고 싶은데 집값이 많이 올라서 움직이기 어려웠다. 시간은 4년이나 훌쩍 지났는데 내 대출금은 결혼 자금을 모았을 때만큼 찔끔 갚아졌다. 현실은 돈의 액수로 다가오는 걸까. 둘째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데, 내가 사는 빌라는 스물여덟 살에 살았던 원룸 전세 가격만큼 올랐다. 이래서 사람들이 투자는 아파트로 하라고 하는구나.


이사와 함께 내 처지가 말간 거울처럼 비쳤다. 내년이면 노냥이가 어린이집을 옮겨야 하는데, 꼴에 어디에서 본 것이 있었는지 공동육아어린이집을 희망했다. 하지만 내가 출자금과 매달 비용이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란 어렵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동안 돈이 없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보고도 모른 척했던 걸까.


자녀에게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라던데,  내가 요즘 그렇다. 해주고 싶은데 못해주는 것이  때문에 생겨나고 있다. 하긴 우리집  아파트가 6 원이었는데 지금은 8  가까이 올랐으니  다한  같다.

남편과   며칠을  문제로 이야기했다. 일단 결론은 대출금을 모아서 탈출하자는 것이었다. 정부가 여러 규제들로 집도 못사게 막으면서 탈출이 쉽지 않아졌다. 적어도 2 원은 자기자본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지금보다   나은 집으로 해방될  있을 듯싶다. 다른 집으로 해방되는 그날이  오길!

불행인지 다행인지 만학도의 나이에 매달 일을 하곤 월급을 받는다. 스타트업이라서  월급은 귀여운 수준이다. 전에 기독교회사 다닐 때도  월급은 사회초년생이 받는 수준이었는데,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나는 다른 사회초년생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다. 적게 받고 적게 쓴다.

<집이 언제나 이긴다> 에이드리안 킴은 이렇게  때리는 문장을 잘도 넣었다.

재산을 모으고 불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오마하의 대현인처럼 투자의 신이  필요도 없고, 특별히 성실할 이유도 없다. 명문대, 좋은 직장, 고액 연봉이 필수적이지도 않다. 평범한 사람 누구든   있다. 그냥 버는 것보다 적게 쓰면 된다. 소비를 버는 수준 이상으로 하면 아무리 연봉을 잔뜩 받아 봐야 남는  없는  당연하고, 소비를 버는 수준보다 적게 하면 아무리 적은 연봉이라도 잉여 자본이 축적되게 마련이다.


돈을 의미 없이 흩어지게 하는 뻘짓만  하면 돈을  모으려야  모을 수가 없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기 연봉을 현재 수준의 절반이라고 가정하고,  절반의 소득 수준에 맞추어 생활하면 된다. 지금의 근로소득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란 착각을 버려야 한다. 소득이 들어오고 있을 때가 바로 만일을 대비해 모아야  때다.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3년이란 시간을 투자해 내가 꼭 여기 탈출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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