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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Mar 14. 2022

[5문장쓰기] 죽음 앞에

22.2.28~3.14 #현실육아 #장례식  #오미크론

[죽음 앞에 입관]

죽은 사람의 시신을 관에 넣는 입관을 처음 봤다. 95세로 돌아가신 할머니. 호상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주 볼 걸이라는 딸들의 말이 들렸고 가는 길의 아쉬움과 눈물이 계속 이어졌다. 내가 하는 고민이 죽음 앞에 굉장히 무색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소홀했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자일리톨]

요즘 아이가 캐릭터비타민을 게눈감추듯이 먹는다. 충치 걱정에 쿠팡에서 자일리톨 사탕을 검색하다가 결국 자일리톨 분말을 사고 말았다. 집콕놀이라며 자일리톨 사탕 만들기 키트가 팔았다. 설탕대체재인 자일리톨을 녹여 사탕처럼 바꾸는 건데 가격이 비쌌다. 꼭 자일리톨을 사탕으로 만들어 먹을 이유도 없어 보였다. 죽염처럼 사용해도 되는데, 현란한 자일리톨 사탕에 넘어갈 뻔했다.


[이해관계]

서로 이해(이익과 손해)가 걸려있는 관계라는 뜻인 ‘이해관계’. 빌라 주차 문제로 총무 역할하는 이웃에게 전화했다가 고충을 전해들었다. 극단적이지만 이럴 때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은 허무맹랑한 꿈을 꾼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를 생각하는 깊이가 넓어지면 좋겠지만 이상하게도 점점 옹졸한 기회주의자가 되는 듯하다. 우중충한 오후 날씨처럼 평소 하던대로 지내는 게 현재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낯선 환경]

아이는 낯선 어린이집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나보다. 엄마인 나랑 잘 안 떨어지려고 하고, 내가 자신이 생각하는 곳에 상주해야 마음이 편한지 확인하고 또 묻는다. 지난 가정어린이집에서는 졸업 전에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주구장창 3일 가정보육이었는데, 이번엔 애매하게 1~2시간만 어린이집에 가고 내가 계속 데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가 적응 중이니 친정집 가기도 망설여지고 우리집 근처를 뱅뱅 돌고 있다. 어린이집 확진자는 하루 걸러 거의 매일 발생하는 불안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애기엄마친구]

동네 가정어린이집을 같이 다닌 애기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 같은 성별의 5세 아이를 키우지만 30대 초반으로 나의 셋째동생과 같은 나이다. 아이 때문인지 (아직) 세대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애기엄마친구가 거의 없는 내게 그는 (허물없이) 육아라는 주제를 논할 수 있는 말벗이기도 하다. 코로나에 걸렸단 소식에 위로와 격려차 디저트를 배달해주고 왔다.


[비상상황]

나에게 요가 수련은 가습기의 물이 보충되는 과정처럼 한줄기 숨통이다. 아이와 등원 준비를 하면서 운동복을 챙겨입었다. 바지런히 챙겼는데 어린이집 단체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 어린이집 다니는 학부모가 코로나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아서 어린이집 사용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육아와 초연결된 내 삶은 코로나 때문인지 긴급상황의 연속이다. 아이랑 오늘과 내일 하루 종일 있어야 하길래, 일단 키즈쿠킹클래스 원데이부터 신청했다.


[가구]

요즘 머물고 싶은 집(공간)을 고민한다. 아이가 머물고 싶은 집이 되려면, 어떻게 꾸며야 할까. 좋은 가구는 어떤 공간에 잘 어울리는지 궁금하다. 싼 가구만 소비하다가 값비싼 가구를 보면 내 안목도 덩달아 올라가는 걸까. 분수에 맞게 산다는 의미도 나만의 관점이 필요한 것 같다.
 


[5살 졸업의 의미]

5살이 된 아이는 6개월 때부터 다녔던 어린이집을 오늘부로 졸업한다. 아이가 1살부터 4살까지 추억이 생생하게 깃든 그곳을 떠날 때가 됐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사랑으로 많은 돌봄을 받았던 아이는 이제 말도 하고 자기주장도 똑부러지게 자랐다. 3월부터 다른 곳으로 간다고 계속 이야기해주긴 했지만 아직 못 믿는 눈치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알고 있는 곳과 헤어짐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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