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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May 29. 2022

[5문장쓰기] 6년째 부부의 첫 상담

22.5.23~29 #선불권 #동요 #부부상담

[이상한 소비]

가끔 큰돈(?) 지를 때가 있다. 미용실에서 파는 100만원짜리 선불권을 끊었다. 일이 힘들어서 지친 탓일까, 기분전환을 미용실 가서 푸는 타입이라 자주 가는 편이라고 합리화했다.  소비능력이  정도라고 과시하고 싶었던 걸까. 도통 이상한 , 나는 이상한 짓을 저지르기도 하더라.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라는 전래동요를 불렀다. 핑크퐁, 로보카폴리, 뽀로로와 달리 예쁜 노랫말이 마음을 녹였다. “햇볕이라는 동요도 좋았다. 시를 노래로 만들어 귀에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예쁜 동요가 많아지면 좋겠다 싶었다.





[매일 기도해]

무사히 운전해 아이 등원을 마쳤다. 남편에게 별일 없었다고 짧게 통화한다. 평행주차는 후진주차의 변형이라 이해했는데 차 뒤꽁무니가 벽에 원하는 만큼 덜 붙는다.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의 선에 겨우 달까말까 하고 부랴부랴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운전대를 잡으며 요즘 매일 기도한다. 무사히 안전하게 운전하고 오겠다고, 집에 들어왔으니 응답은 받은 듯하다.


[미안한 날]

어린이집 출발하기 전, 아이가 더 놀겠다고 떼를 쓴다. 내 입장에서는 오전 8시 30분까진 맡겨야 일터에 지각하지 않는다. 왜 지금 출발해야 하는지 언성 높인 단어들이 아이에게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겨우 내 말을 들은 아이가 “미안해”라고 답하니 미안함이 배가 된다. 쏟아낸 말들 사이에 일하기 싫다는 속마음이 툭 튀어나왔다.


[부부의 날]

한 달 전에 신청한 부부상담을 시작했다. 3년 동안 힘겹게 운영했던 카페 2곳(성수와 하남)을 드디어 정리했다. 그 이야길 제삼자에게 말하는 남편의 무덤덤한 소회를 들으면서 눈물이 차올랐다. 가게 정리를 하면서 쓸만한 물건이 많았지만 죄다 쓰레기봉투에 버렸다. 애증하는 공간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남편의 일을 대할 때 적당한 거리두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심 그렇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때 좋은 단면을 기대한다. 남편도 경제적자유를 위해 무리한 사업을 시도한 것이다. 부양가족을 건사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현실은 코로나와 동업자의 능력미달 등 문제가 산재했다.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곪아터지기 전까지 모두 버텼다.


헐값에 매장을 정리했다. 3년의 투자가 물거품으로 변했다. 남편은 스스로 깨닫는 지점이 많아 보였다. 부부싸움할 때마다 이상하게 결론이 경제력으로 점철된 이유를 상담하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내 몫은 알아서 챙기자는 주의지만 가장인 남편의 무게는 내가 가늠하기 어려웠다. 부부상담으로 남편의 다름을 인정하는 작은 물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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