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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n 24. 2022

[5문장쓰기] 망하고 실패하기

22.6.17~24 #박혜윤 #카페인 #돌봄

[망하고 실패하기]

그런 태도로 하면 발전이 없잖아.”

“왜 내가 하는 일은 무조건 잘되고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해? 망하고 실패하는 사람이 세상에 엄청 많은데 내가 그중 한 사람이면 안 되니? 그리고 그런 실패를 많이 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게 돼. 실패를 많이 할 수 있으려면 한 번에 올인 하면 안돼.”


<숲속의 자본주의자>에 빠져서 <부모는 관객이다>, <오히려 최첨단 가족>까지 박혜윤 작가의 책을 계속 읽고 있다. 위 대화 인용문은 박혜윤 작가가 책 홍보 겸 영상 촬영을 수락했다가 발생한 에피소드의 일부다.


발췌한 문장을 읽고 내가 하는 일은 무조건 잘되고 성공해야 한다는 오류에 빠져 있었단 자각이 일었다. 그래서 실패라고 생각되는 상황이나 일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기가 매번 버거웠다.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나도 모르게 시달려왔던 것이다. 실패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갈  있다는 발상도 박수를 치게 된다. 문장마다 눈길과 생각을 멈추게 하는 그의 태도가  좋다.


[수면욕]

요즘은 오전 6시 30분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를 깨우기 전까지 나갈 채비를 맞춰야 한다. 더 자고 싶단 욕구를 알아챘다. 많이 자서 머리가 아플만큼 자고 싶다. 좀만 더 자면 다음 일정이 정신없기 때문에 애써 정신을 가다듬는다. 며칠 전부터 커피 대신에 홍차를 마셔서일까. 더 자고 싶다.


[자격지심인가]

타인의 집에 놀러 가는 행위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도 아파트에서 살고 싶지만 지금은 은행 대출을 끼고도 매매하기 어려운 공간이 됐다. 아이의 또래 친구가 놀러 오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우리집 빌라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앞이 깜깜했다. 아이를 키울수록 집에서 만나는 게 속편하다. 안되면 키즈카페에서 놀자고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하나. 최근 들어 타인의 집에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비교와 패배의식과 같은 좋지 않은 감정에 휘둘리고 있다.


[내 안경]

같이 입사한 남자 직원이 수습 3개월을 마치고 퇴사한다. 설치기사님들에게 그 친구의 퇴사를 알렸더니 꿀보직인데 왜 그만두냐고 이야기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듯하다. 사실 나도 그만두고 싶은 상황이다. “~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광년이처럼 흥분하는 매니저와 더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인]

집에서 커피를 내려먹기 귀찮아졌다. (그래서) 홍차로 갈아탔다. 아침에는 라떼 대신에 밀크티를 마시고, 점심에는 아메리카노 대신 홍차를 마신다. 카페인의 결이 다른지 홍차로 갈아타곤 오후 8시만 되면 병든 닭처럼 졸음이 밀려온다. 커피를 마셨을 때는 밤 12시가 지나도 쌩쌩했는데, 몸이 빨리 나른해진다. 회사 근처에 밀크티 전문점이 있길래 방문했다. 진하게 우려 줬다고 했는데 내 입엔 조금 연하다. 집에서 밀크티뿐 아니라 아이스티용 홍차도 내려서 입맛에 맞게 마셔야겠다.


[사소한 것]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 대단한 것이 된다”(ft. 창고살롱)

사소한 것들이 모여 현실에서도 대단한 것이 되면 좋겠다. 이렇게 되길 꿈꾸면서도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도 올라온다. 사소한 것들이 무수하게  주위를 현재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대단하게 되지 않아서 실망하고 싶지 않으니 마음의 문부터 살피게 된다. 존재 자체만으로 이미 대단하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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