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9~19 #아픔 #일머리 #모녀
12/9
[아홉수]
또 위가 말썽이다. 몸이 일과 자꾸 부딪히면서 못하겠다고 발악하는 느낌이다. 일뿐 아니라 인간관계들도 괴상망측하게 헝클어져 있다. 아홉수인가. 나만 힘들고 괴로워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다. 비련의 여주인공 놀이는 그만!
12/12
[오묘한 어느 날]
오늘은 회사 대표와 사모, 동생이 창고에 와서 함께 전수조사를 했다. 확실히 팀장과 다르게 대표와 측근들은 사장마인드로 헌신적이었다. 퇴사한 팀장은 회사가 어려워서 곧 폐업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바로 망할 것 같지 않았다. 대표와 잠깐 일해보니 육아휴직 대신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표 리더십에 빠져드는 오묘한 날이었다.
12/13
[일머리 있는 기사님]
기사님이랑 일하는 건 어렵다. 일단 입이 까칠하고 일이 틀어지면 분노게이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면서 눈치를 봐야 한다. 오전에 강남서초 갔다가 오후에 수유에 넘어가는 일정이 있었다. 기사님은 논리적인 이유를 대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스케줄을 주물럭거렸다. 반대로 내 입맛에 맞게 스케줄을 조정할 때도 있어서 그냥 넘겼는데 기분은 좋지 않았다. 좀만 버티면 일을 잠시 멈추니 괜찮다며 넘어가는 중이다. 팀장의 퇴사 때문에 힘든 줄 알았지만 전반적으로 업무환경이 좋지 않았다는 걸 깜박했다.
12/19
[나는 왜 그럴까]
“노냥아(X20번)”
월요일 아침은 아이에게도 힘겹다. 다행히 오늘은 일이 좀 늦게 시작해서 분명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나는 마음이 다급했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아이 이름을 마르고 닳도록 불렀다. 나는 왜 그럴까. 회사에는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늦어도 이번주에 처리될 듯한데 일이 많다. 회사 출근이 없어지면 나는 아이에게 관대해질 수 있을까. 아이는 본능에 충실하기에 지각하거나 시간 개념이 아직 없다.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옥신각신한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올 때면 내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가있다. 아이와 함께한 지 어느새 5년을 채우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어 다녔던 아기 시절이 그리운 건 왜일까.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싶은데 현실에선 내 말에 복종하는 로봇을 원하는 이기심이 가득한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