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30~2.3 #육아 #티소믈리에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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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안녕]
아이는 매일 아빠와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등원한다. 하이파이브에 양볼 뽀뽀에 포옹에 루틴이 있다. 오늘은 시간 맞춰 나가느라 아빠랑 인사하는 걸 아이가 까먹었다. 차는 출발해서 어린이집 중간쯤 도착했는데 아이가 아빠랑 인사하지 않고 왔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울기 시작했다. 다시 집에 가서 출근 전인 아빠랑 인사를 나누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그건 안된다고 다그치고, 순식간에 자동차 안은 카오스가 됐다. 나도 생리를 시작해서 멘탈이 바사삭 거려서 막말 퍼레이드와 아이의 괴성이 차안을 가득 메웠다. 일단 어린이집 앞에 도착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줬다. 아이는 아빠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었다. 나는 아이 마음을 다독일 여유가 없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속상했겠다"라는 한마디에 아이는 또 서럽게 울었다. 속으로 뜨끔했다. 아이가 울면 "그만해"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나는 자주 아이에게 혹독하고 가독한 엄마의 모습이다. 아이에게 아빠랑 인사한다는 게 소리를 지르고 울 만큼 엄청난 일이란 걸 알았다. 아무리 정신없어도 인사는 절대 빠뜨리지 않아야 하루가 평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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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기]
새벽에 일찍 일어날 명분이 나에게도 생겼다.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온전히 집중하는 새벽 시간이 소중하다. 단지 알람을 끄고 밍기적거리다가 예상보다 훨씬 늦게 일어나는 게 문제다. 늦게 일어날수록 혼자 고요한 시간을 누릴 여유는 줄어든다. 알지만 이불 속 시간이 달콤하다. 예상보다 늦게 일어나 하루 먹을 반찬, 국, 밥을 하면 어느새 오전 7시다. 곧 가족들이 깰 시간이네. 차 공부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걸로, 명분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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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블렌딩]
하루를 마감하면서 (아직) 가족들과 티타임을 가지고 있다. 집에 있는 차를 이리저리 섞어가면서 다양한 맛을 만든다. 어젯밤에는 캐모마일이랑 꿀을 대충 섞어서 마셨다. 의외로 궁합이 좋았다. 캐모마일의 향긋한 향과 꿀의 적당한 단맛이 시너지를 냈다. 밤에 차를 마실 때 카페인의 유무가 신경쓰여서 거의 허브차나 곡물차 위주로 마신다. 대용량으로 산 캐모마일이 다른 차와 섞기 참 좋다. 3알만 섞어도 은은한 향긋함이 올라온다. 물에 레몬을 넣는 효과랄까. 다른 티 브랜드 회사 차를 검색하다가 캐모마일이랑 루이보스를 섞었길래 오늘밤에 시도해볼 생각이다. 가지고 있는 차의 한계가 있어서 다른 걸 구매하고 싶다가도 망설여진다. 먹어야 할 찻잎이 많다. 올해 안에는 다 먹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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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내와 해외 티브랜드의 특징과 분류를 발표하는 날이다. 국내 브랜드로 '맥파이앤타이거'를, 해외 브랜드로 '스미스티'를 조사했다. '맥파이앤타이거'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 좋은 차라는 철학을 홈페이지와 차 제품 곳곳에 잘 표현했다. 딱 요즘 세대들에게 잘 어울리는 브랜드다. '스미스티'는 블렌딩 넘버를 붙여 스토리텔링을 기가 막히게 했다. 소비자가 마시는 티에 대한 공감대를 산지 등 정보를 공개하므로 나누고 싶은 철학을 담았다. 스티븐 스미스(1949~2015)가 3번째로 만든 티 브랜드로, 중간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15년 이상 다원에서 직접 소싱한 제품으로 만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내에도 자기 이름을 딴 '만수가만든차'가 있다. 하나의 브랜드에서 말하는 철학은 무엇일까. 내 인생의 철학은 무엇이었던 걸까. 나중에 내가 만든 차를 꼭 만들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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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라는 세계]
어제는 차의 향미와 인도, 스리랑카, 중국, 케냐 홍차를 배웠다. 이론할 때는 눈으로만 선생님께 '밥 먹으러 가요, 졸려요'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낼 정도로 졸렸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공부하는 거 좋아하냐고 물었다. 뭐 하는 거 좋아한다고 말하진 않고, '네'라고 대충 얼버무렸다. 이론은 듣고 있는데 다 귀 옆으로 빠져 나간다. 날아가지 말라고 손가락에 불나게 필기했다.
차 공부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티테이스팅 시간이다. 12가지 홍차를 놓고 향, 맛 등을 이야기한다. 다같이 모아서 테이스팅하니까 도통 모르겠다. 인도나 스리랑카에 있는 티테이스터라는 직업도 있다고 했다. 아쌈에서는 몰트향(엿기름)을 더 자세히 인지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엿기름을 물에 타주었다. 제일 신기했던 홍차는 세계 3대 홍차인 스리랑카의 우바였다. 민트초코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후레쉬하고 화한 파스향이 잠깐 났다가 사라졌다. 너무 맛있었다. 다만 물고기밥 크기로 만들어진 우바 찻잎을 구하기가 어렵다.
홍차 맛을 구별하려면, 1주일씩 한가지 홍차만 계속 마시라고 조언해주셨다. 직관을 키워야 한다며, 오늘부터 집에 있는 우바부터 마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