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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Mar 26. 2023

[부암동파밍클럽 3/26] 모종을 심고 땅을 갈아엎고

자못 기대되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2023년에도 나는 텃밭농사를 짓기로 했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솔방울네랑 같이 부암동텃밭에 터를 잡았다. 마음은 청계산 진주주말농장에 가고 싶지만 거리가 멀다. 작년 매주 봄농사 때는 정신없이 쫓아다니느라 바빴고 가을농사 때는 느긋하게 여유부리며 서울에서 농사를 경험했다. 누군가에게는 굳이 하는 그 짓을 나는 또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땅을 파고 자라는 초록색 식물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는 유형의 인간이다. 오션뷰보다 밭뷰와 산뷰를 좋아한다.


돌아보면 작년 농사를 짓기로 한 나의 계획은 미친 짓이었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직장 모두 처음이었는데 거기에 굳이 텃밭농사까지 처음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이라 미숙했던 경험들로 받은 스트레스는 땅을 파고 쌈채소를 수확하면서 날려버렸다. 물론 맛집이 즐비한 청계산도 너무 좋았다. 9년 동안 일했던 첫 회사와 추억도 피어나는 곳이었기 때문에 내겐 청계산이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



텃밭 독립


올해 4월부터 11월 중순까지 함께 할 나의 텃밭은 부암동에 있다. 내가 사는 곳과 거리가 가까워서 선택했다. 다른 이유는 일절 없다.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넘치는 곳이다. 일단 처음 갔을 때 20마리 넘게 닭들이 방목으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인왕산 바위가 턱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청계산 진주주말농장에서 본 빨간 흙 색깔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농사가 짓고 싶었고 그렇게 올해 땅스농장에서 경험했던 감각 그대로 부암동에 실현시킬 계획이다.


생각보다 텃밭독립은 낭만적이지 않다. 처음 하는 낯선 일 투성이다. 땅스농장 할 때는 회비 10만원만 내면 모종, 거름, 볏짚 멀칭까지 모든 게 만족스럽게 구비되어 있었다. 그 커뮤니티를 이끌어준 쿠퍼에게 무한감사를 하게 됐다. 이번 부암동텃밭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해내야 한다.




내맘대로 탄소농사

텃밭 시작 준비물


1. 모종 혹은 씨앗

성북구에서 가장 가깝게 모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동대문역에 위치한 종로6가 꽃시장이 있다. 청계산 입구역 가는 길의 모종시장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있을 건 있다. 예를 들면 상추, 고수, 딸기, 고추 등 텃밭에 심는 기본적인 얘들은 오프라인에서 살 수 있다.


모종 심으러 가기 전 올망졸망한 모습
변산육묘장 온라인모종 구매

다만 나는 작년 4월에 쌈채소로 꽃상추, 흑상추, 로메인 등 다양하게 심었다가 가을에 로메인만 심었다. 로메인이 제일 맛있었다. 종로6가 꽃시장에서 로메인을 봤지만 이번엔 변산육묘장 온라인에서 구매했다. 생각보다 모종 질이 좋았다.


씨앗은 당근이랑 완두콩만 구매했다. 1봉지에 3천원!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다 심지 못했다. 완두콩은 처음 심어봤다. 구멍파고 씨앗 3개씩 심어뒀다. 덩쿨식물이라 수확량이 무서워서 한구획만 했다. 어떻게 자랄지 지켜봐야 한다.


당근은 전에 해봤던 대로 심었다. 호미로 한 줄 파고 마구잡이로 씨앗을 뿌렸다. 어차피 솎아줘야 하기 때문에 마음껏 실험했다. 이번에는 3줄 정도 파종했다.


 

올해 텃밭농사 땅 디자인

땅스농장에서 배운대로 미리 어떤 모종을 심을지 땅 디자인을 해갔다. 막상 밭에 적용시켰을 때는 적양배추를 심은 뒤쪽에 햇볕이 적어서, 완두콩 앞으로 옮겨 심었다. 5월에 심어야 하는 채소 가지와 토마토는 땅 중간을 비웠다. 작년에는 땅 맨 끝에 가지, 고추, 토마토를 심었는데 망했다. 가지만 잘 됐다. 또 실패하기 싫었던 건지 이번엔 중간에 배치했다. 사실 가지와 고추, 토마토는 지지대를 설치해줘야 하는 작물이라서 위치상 맨 뒤가 나을 수 있다.

(왼쪽) 완두콩 씨앗 3쪽 파종 (오른쪽) 양배추 모종

2. 멀칭 재료


땅스농장에서는 볏짚으로 멀칭을 배웠다. 그래서 내돈내산으로 볏짚도 구매했다. 1.5kg 한단에 7천원이었다. 비닐멀칭이 익숙하고 일반적이니까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괜히 농사짓는다고 일부러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배운 게 볏짚멀칭이니까 나는 부암동에서도 그걸 적용하고 있었다.

버터헤드, 적로메인, 청로메인, 루꼴라, 청겨자, 고수 모종 심은 날, 2023년 3월 26일


(왼쪽)바람이 많이 불어서 덮어뒀다 (오른쪽) 볏짚 뒤 땅이 5월 작물 심을 곳이랑 감자랑 당근 씨 뿌려뒀다


3. 퇴비 혹은 거름


작년에 나는 일체의 화학적인 비료를 주지 않고 농사를 경험했다. 처음 시작할 때 바이오차라는 것만 뿌렸다. 봄과 가을에 어김없이 나는 그것만 주면 농작물이 잘 자라는 걸 배웠다. 여기에서 바이오차는 친환경 토양개량제다. 경동바이오차 제품을 사용했는데 이번에 그게 품절이라 유황이 들어있는 바이오차로 대체했다.


솔방울네랑 같이 할 생각이었는데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토양개량제가 많이 남았다. 남은 걸 어떻게 해야 하나 약간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
봄 농사에 임하는 자세


텃밭농사 혹은 주말농장의 첫 시작을 나는 참 좋은 곳에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공간에 왔으니 적응하면서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거기에 맞는 농사를 배워갔으면 좋겠다. 나는 그곳에서 무얼 배우고 성장하게 될까 자못 기대되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퍼머컬처디자인을 공부로 시작하기 전에 부암동에서 실험해볼 생각이다.



(왼쪽) 올해 내 농사메이트 솔방울 그리고 부암동 바위 앞/ (오른쪽) 농장 입구
(좌) 한번 뒤집었던 첫 삽질 / (우) 지금은 떠난 부암동 닭빌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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