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일) 텃밭 근처 인왕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의 원인은 건조한 날씨 탓이었다. 농장주인 아주머니가 텃밭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도시농부인 내 마음이 불안해서 4월 3일(월)에 등원시키곤 오전시간이 되길래 부리나케 텃밭에 다녀왔다. 화재가 마무리되기 전이라 소방차와 방송국 등 부암동주민센터에 사람이 많이 몰려 있었다. 평일에는 혼자 뚜벅이로 갈 만한 거리다. 아이랑 같이 갈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냥이랑 같이 갈 땐 운전을 못해도 차를 가져가야 한다.
농장 문을 열면 방목된 여섯 마리의 닭들이 놀고 있다. 다행히 이 녀석들은 내 텃밭 작물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4월 2일(토)에 가서 잔뜩 물을 줬는데 작물들에게 물이 부족해보인다.
닭 때문에 마련한 초록색 펜스. 멀리서 보면 이번 텃밭은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이다. 초록색 펜스의 묶인 걸 풀고 들어가야 하는데 귀찮아서 넘어다녔다. 지난 주말에는 솔방울네(이번 팜메이트)랑 같이 있어서 덜 외로웠다. 혼자 가니까 이보다 적막할 순 없다. 오전 10~11시 사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햇볕이 뜨겁다. 4월 4일(화)에 비가 온다는 소식 때문에 무더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작년에 청계산에서 아래 사진에 심은 포니테일! 이게 정말 예뻐보여서 심었다. 생각보다 작은 모종이 와서 풍성하게 되려면, 정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캣닢에 해당하는 개박하도 심었다. 이번 부암동 텃밭은 허브들이 살기에 최적인 곳이다. 캐모마일도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건 솔방울이 준 금잔화다. 작물들 사이에 심으면 해충들을 유인해서 작물에 벌레가 덜 꼬이도록 해준다. 아직은 어린 작물들 사이에 색감이 또렷한 꽃 한송이가 심어져 있으니 분위기가 무척 화사해졌다.
그림자에 가려서 거의 보이지 않지만 겨자채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쌈채소중 하나. 마트에서 사먹는 겨자채는 매운맛이 강한 편이다. 노지텃밭에서 키운 겨자채는 적당한 매운맛과 상큼함이 가미되어 있다. 그래서 겨자채의 톡쏘는 맛을 싫어하는 어른들도 잘 먹을 수 있는 채소다.
비트 골든보이랑 아틀란을 심었다. 그중에 한 모종이다. 뿌리식물! 안심어봐서 실험적으로 심은 녀석이다.
흔히 아는 마트상추 말고 유럽상추 위주로 심었다. 일명 버터헤드! 상추의 품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꽃같은 비주얼을 선보이는 상추다. 버터헤드는 배추처럼 결구가 되면 한번에 수확한다고 한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40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버터헤드는 유럽이나 선진국에서 샐러드용으로 많이 애용하는 상추다.
크리습헤드류: 현재 가장 많이 재배되는 종류.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 상추
버터헤드류: 반결구, 유럽에서 주로 재배하며 잎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 아니다.
아래 사진은 적색로메인 모종이다. 일반 상추보다 쓴 맛이 적고 방울토마토 정도의 단맛을 지닌 상추다. 야채 본연의 감칠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나는 로메인이 초록색만 있는 줄 알았다. 이번에 모종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아마 모르고 넘어갔을 듯싶다.
로메인은 청색 로메인과 적로메인으로 나뉜다. 적치마상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주름이 심하지 않고 편편한 모양을 지녔다. 적로메인에도 색깔 때문에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상추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산화 작용,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 등을 예방하는 것우로 알려져 있다. 녹색 로메인상추에 익숙해져서 적로메인 상추를 새롭게 심어봤다.
이번 텃밭농사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라 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읽은 <나의 위대한 생태텃밭>에서 상추 모종 키울 때 팁이 꽤 인상깊었다. 나는 계속 위로 쑥쑥 자라는 상추 잎 수확하기만 바빴는데 밑둥을 잘라서 여린잎이 계속 나오도록 기르는 방법도 있었다니,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존재인 건가.
상추 모종 키울 때 팁
상추가 꽃 피울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 밑둥에서 3~5cm 되는 곳을 가위로 잘라 여린잎을 계속 섭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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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텃밭은 인간적인 내 눈으로 보기에 청계산이란 비교대상이 있었기 때문에 꽤 많이 부족한 것 투성이의 공간이었다.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성격 탓에 더 부대낌이 큰지도 모르겠다. 죽을 것만 같았던 모종들이 그 땅에 적응하면서 뿌리를 튼실하게 내려가고 있어서 놀랐다. 이기적인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 역시 부암동텃밭에 정이 들기 시작했다. 내 모종을 다 먹어버릴 것 같은 닭들은 이제 닭장에서 지낸다. 나랑 솔방울네만 있었는데 모르는 몇 가정이 더 텃밭을 찾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되도록 나는 버티다가 도망가는 쪽이었는데, 뿌리내린 식물을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꼈다.
언제쯤 나는 주어진 환경에 감사 이런 류의 감정을 느끼게 될까. 아직도 철 들려면 멀었다. 그래도 부암동파밍클럽 텃밭일지는 매주 업로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