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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10. 2023

놀면서 광목티코스터 만든 이야기

그 해맑은 감정을 관찰하며 나도 그렇게 지내고 싶었다.

티코스터가 필요했다. 사면 되는데 마음에 끌리는 게 없었다. 사실 몇 번 살 기회가 있었지만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격만 너무 비싸서 관뒀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 티코스터 미련이 남이있었나보다.


어린이집에서 엄마들바느질모임이 있다는 걸 들었다. 바느질이 여성의 전유물처럼 느껴져서 그다지 좋아하지도 관심의 범위에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티코스터를 위해 할까말까 하다가 일단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보기로 한다.


전에 남편가게에서 명절선물포장한다고 보자기를 만들고, 처박아둔 천이 있었다. 보자기포장도 원데이클래스로 배웠는데 지금은 내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기억만 남아있다. 그때 예쁜 보자기 양면 천도 동대문시장에 가서 맞췄는데, 쓸 곳이 없어서 지난 1월에 싹 정리했다. 그걸로 티코스터를 만들면 참 예쁠 것 같은데…

작은 찻잔에 딱인 티코스터.

좋아보이는 것들에 쉽게 마음이 갔고 싫증을 내왔다. 사실 싫증이라기보다 해보니 아닌 것 같아서 멈췄을 뿐이다. 보자기포장이 예뻐 보였는데, 가게에서 선물포장할 일이 드물었다. 보자기는 그래도 20장 맞췄는데 1개 정도 팔렸던 것 같다.


의욕에 넘쳐서 일을 시작하면 끝이 흐지부지했다.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도전할 생각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게 훨씬 명확하고 쉬웠다. 그러다 보니 삶이 댤걀노른자만 있는 기분이 들고, 어린아이처럼 놀고 싶었다.


현실육아 7년차, 아이 때문에 힘든 일도 많지만 그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게 뭘까 사유하게 되는 일도 덩달아 늘었다. 특히 제일 이해가 잘 안 되는 물놀이. 아이들은 물만 맞아도 그 자체가 놀이인지 마냥 해맑다. 속옷까지 다 젖어서 개의치 않는다. 그 해맑은 감정을 관찰하며 나도 그렇게 지내고 싶단 생각이 불현듯 피어올랐다.


불안하고 걱정이 가득한 하루일 수 있지만 마냥 해맑게 놀고 싶다. 잘 놀다 보면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걸을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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