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어떤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드디어 오마이뉴스에 그룹기사를 마무리지었다.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희망사항과 다르게 점점 쓰고 끼적이고 텍스트화하는데 두려움이 커졌다. 피드백을 받아 퇴고하는 과정에서 한발자국을 앞서는 게 잘 되지 않았다. 무언가 쓰고 싶다는 욕망이 거의 들지 않았다. 5문장쓰기도 겨우 써내려가고, 쓰고 싶지 않은 날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경험이 무언가 쓰려고 할 때 발목과 손목, 뇌주름까지도 꽉 잡아채는 듯했다. 좋지 않은 기억은 내가 자꾸 나아가려는 순간, '네가 뭘 해'라고 그 자리에 주저 앉혔다. 마치 쓰는 사람은 세상에 따로 존재하는데 내가 넘지 못할 벽을 넘보는 사람처럼 만들어버렸다.
청소년기 때부터 글을 쓰는 어떤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평생 나는 글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왜 나와 같은 전공을 하고 다들 자기들의 인생으로 다 사라져버렸는지, 나는 절대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너무 간절하면 집착이 돼서 에너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던데 딱 내가 그 꼴처럼 보였다.
최근에서야 다시 글이란 걸 아니 그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약간 뭘 써내려가야 좋을지 길을 잃어버렸다. 돈은 다른 걸로 벌고 그 경험을 글로 쓰면서 살면 되지 싶었는데…그렇게 시도하고 삶이 더 뒤죽박죽이 되었다.
말하거나 이야기하는 날보다 말하지 않는 날들이 더 많았다. 쓰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단순히 쓰지 않았을 뿐인데 말하는 언어도 점점 잃어갔다.
그냥 쓰면 되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저 쓰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류센터 관련 일을 할 때도 억지로 기록을 남겼다. 무슨 일을 해도 쓰는 감각만큼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쓴 글이 회사 마케팅팀 팀원이 보고 글을 다 내려달라고 했을 때 기가 막혔다. 맛집에 가서 음식이 맛없다고 평을 쓴 것도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을 기억하고 일지로 남겨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 팀원은 대표에게 말하기 전에 나한테 이야기한다며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 이후로 그곳과 정이 조금씩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룹기사 마무리를 위해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읽었다. 글쓰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재능이 없으면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느냐는 페이지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걸 읽고서야 나는 그룹기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한다는 것은 늘 보던 것을 낯설게 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글이 늘지 않는다는 건 '새롭게 보이는 게 없다''늘 하던 소리를 한다' 혹은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글쓰기 슬럼프를 극복한 저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1. 늘 하던 익숙한 글쓰기를 그만둔다.
2. 쉬면서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나를 가만히 둔다.
3.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글쓰기를 시도해본다.
> 글쓰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나요?
-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 무엇을 위한 재능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씁니다. 쓰다보면 잘 표현하고 싶고 단어 하나도 고심하며 붙들고 다시 읽어보며 고치고.
> 재능이 없으면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