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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25. 2024

질문의 권리,

그랬다. 없었다. 내 밑천이 한순간에 드러날 듯했다. 무서웠다.

얼마 만이었을까.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 진행해준 섭외에 숟가락을 얹어서 인터뷰를 했다. 사전인터뷰를 진행하면 잘할 줄 알았다. 타인에게 질문하는 일은 내게 어렵지 않다. 단지 공간의 분위기와 에너지가 부대꼈다. 팀장님, 20년 영상 담당했던 매니저님 그리고 나. 


내 실력에 자신이 없었던 걸까. 그랬다. 없었다. 내 밑천이 한순간에 드러날 듯했다. 무서웠다. 쥐구멍이 있다면 도망가고 싶었다. 옛날에는 인터뷰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일이었다. 모르는 타인의 인생을 듣는 일은 내게 흥미로웠다. 


오늘은 어땠지? 기록 그러니까 영상을 남긴다고 하니까 인터뷰이가 방송톤이 나왔다. 의식하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준비한 질문을 멈췄다. 더하지 않았다. 내 질문의 빈약함도 한 몫을 했다. 


전문면접관을 8년동안 했던 인터뷰이. vod용 1시간짜리 강의 촬영을 하고 들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내가 작성한 질문의 대부분은 "그래서 전문면접관을 하려는 중장년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였다. 그 일하면 돈을 얼마나 벌고, 어디에서 구하는 것이냐는 내용이었다. 


강의를 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일대일상담처럼 내 이야기를 전적으로 들어주는 다수의 눈망울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일인가. 중장년취업플랫폼에서 일하는 중인 나는 새로운 종족을 만나 탐색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퇴직하고 새로운 직무전환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할 때 중장년은 80만원의 수강료에도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안전해보이는 창업이나 재취업을 할 뿐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일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문면접관이라는 직업을 소개했지만 관련된 일로 먹고살 수는 없었다. 데이터라벨러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중장년의 고용시장은 낯설고도 이상했다. 일하고 싶은(돈벌고 싶은) 중장년은 많지만 기업이 그들을 고용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실마리가 있을진 미지수다. 되는 방향으로 보고 일단 뛰어야 한다. 안되는 문제에 집착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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