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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청소의 빛과 그림자

4달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1

by 김애니

올해 3월 말이었을까. 나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이기도 했고, 한 번쯤 서울의 생활을 정리하고 떠나야겠다고 판단했다. 오랫동안 생각했다. 서울의 삶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거나 회피의 대상으로 떠남을 선택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깊었다. 그러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작년 가을, 갑자기 아이 학교에 새벽까지 작성한 입학원서를 냈고 입학이 됐다. 그렇게 우리는 휘뚜루마뚜루 서울을 떠나왔다. 유튜브로 부동산 공부를 계속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지방의 미분양 이야기는 계속 알고 있었다. 지방에 사람이 없다는데 트리마제, 포레나 등 신축아파트가 넘쳐났다. 입주청소는 하면서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길 바랐다.


(글)쓰는 일은 내게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는 재능도 실력도 없으니 그만해야만 할 듯했다. 누군가 나에게 명쾌한 언어로 그렇게 지시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쓰기와 관련된 일로 겪은 실패가 내게 깊은 생채기를 남긴 듯하다. 쓰는 게 아니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했다. 먹고사는 게 해결된다면 무슨 일이든 나는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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