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되찾은 호흡

이방인의 풍경 속에 스며든 익숙한 리듬

by 전진

러닝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선천적으로 발이 불편했지만,

그걸 극복하고 싶었다.


2km, 3km, 그리고 10km까지.

천천히, 꾸준히, 내 속도로 달렸다.


처음으로 10km를 마음껏 달리고 난 뒤,

나는 그보다 더 먼 곳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성취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러 핑계를 대며

내 달리기는 10km에서 멈췄다.

그리고 점점, 잊혀졌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나는 다시 러닝화를 챙겨

여행을 떠났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행지에서 달린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도 몇 번이나

신발을 챙긴 적은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한 번도 뛰지 않았다.


그곳에는 달리기보다 더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런데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다.


이상할 만큼 여유가 있었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충분했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대충 코스를 정하고,

출발지에 섰다.


두려웠다.


다시 뛸 수 있을까.

아프지는 않을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기록을 켜고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1km, 2km, 3km.


길은 처음 보는 풍경이었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낯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을 내딛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익숙했다.


호흡의 리듬,

발이 바닥에 닿는 감각,

몸이 천천히 풀리는 그 느낌까지.


나는 분명

낯선 곳을 달리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이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낯선 풍경 위에

익숙한 감각이 겹쳐졌다.


그 어색한 조합이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완전히 여행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곳의 사람도 아닌 채로.


그저,달리고 있는 나로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나는 그렇게 5일을 보냈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기도 하고,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발코니에서 한참 바라보기도 하며


때로는 여행자처럼,

때로는 이곳의 사람처럼.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곳을 찾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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