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연결되지 않은 사이

아내를 경유해 만들어진 관계에 대하여

by 김이후

어제 아내의 친구 부부를 만났다.

대구에 중고차 매매 건으로 내려갔다가 점심을 함께 먹었다.

미리 정해둔 칼국수집에서 칼국수를 먹고, 그 집 근처에서 꽤 유명하다는 카페에서 커피를 샀다.

우리는 커피를 들고 그들의 집으로 갔다.

방문 선물로 홍시를 챙겼고, 아이를 위해 작은 물건들도 몇 개 더했다.


그 부부에게는 우리 아이보다 한 살 어린 딸이 있다.

우리는 아이 이야기를 했다.

사는 이야기들도 조금 섞였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대체로 어디에서나 반복되는 말들이었다.

나는 그 시간을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부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조금 이상하다.

아내의 친구는 결혼 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나와는 개인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그 친구의 남편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고, 따로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꽤 많다.

아내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전달받는다.

누가 아팠는지, 아이가 언제 어린이집을 옮겼는지,

최근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같은 것들이다.


나는 그 방식을 일종의 간접 통신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연결되지 않았지만, 정보가 오가고 감정은 축적된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친구를 만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는 친구가 아니면서도.


나는 사람과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내 삶의 내부로 누군가를 들이는 일에는 늘 조심스럽다.

대신 일단 들어온 사람에게는 오래 머물 자리를 마련해 준다.

자주 생각하고, 안부를 묻고,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아내는 정반대다.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고, 작은 계기로도 관계를 만든다.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마주친 부부를 집으로 초대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기 시간과 일정이 침범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가까워도 선은 분명하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좋게 말하면 상호 보완이고,

나쁘게 말하면 방향이 전혀 다른 두 성향의 결합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대체로 아내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그 덕분에 나는 혼자였다면 겪지 않았을 만남들을 경험한다.

이상하게도 그런 만남들 중 일부는,

내가 스스로 만든 인간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어제 만난 그 부부도 그렇다.

볼 때마다 내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에게도 그런 존재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직접 연락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말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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