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
문득 도쿄를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여행 경력 19년의 기간 동안 수많은 나라들을 다녔지만 이상하게 일본과는 인연이 없었다.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다. 최저가 항공권 알림을 끼고 살다, 살까 말까 하던 도쿄행 비행기표 티켓을 끊었다.
10년 전 대학생 때 연수 차원으로 도쿄를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 가는 일본은 너무 설레었다. 하지만 여행보다는 목적이 있는 연수였기 때문에 자유로운 관광을 하지 못했다. 그때 가장 기억나는 건 생각보다 맛없던 초밥이랑 줄 서는 문화였다.
초밥의 나라 일본의 맛있는 초밥을 기대하고 갔으나 약간 실망했다. 뭐 초밥은 대게 투어 관광 상품이 그러하듯 중저가 식당을 들려서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줄 서는 문화는 신기했다. 지하철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데도 일렬로 줄을 서더라. 시내버스도 한 줄로 기다리거나 하는 그런 시민의식이 참 신기했다.
그런 것 외에는 생각보다 도쿄는 서울과 다를게 없었다. 나름 처음가는 일본에서 도쿄의 신문물과 발전된 선진국을 배우는 마음으로(10년 전) 도쿄를 갔으나 크게 다른 게 없어서 시큰둥했다. 생활 수준도 한국과 대부분 비슷한 것 같았다.
다시 2024년이 되어 도쿄행 비행기표를 받았을 때 딱히 어떤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다. 여행지를 선정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와 동기가 있을 것이다. 나는 크게 도쿄 여행을 픽할 이유가 없었다. 도쿄 타워 정도?
몇 년 전 '너의 이름은'이란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해서 많은 관객 수를 모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개봉했을 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당시에는 그러려니 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시간이 지나 볼만한 영화를 찾다 문득 생각이 나서 시청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 몸이 바뀐 상태에서 처음 마주한 도쿄였다. 여주인공은 산속 시골에서 살기 때문에 도쿄를 동경하고있었다. 남주인공 몸을 통해 처음 본 도쿄의 풍경은 신선함과 설렘이 가득했을 것이다
여주인공은 남자의 몸을 통해 도쿄를 여행한 것이다. 처음 마주한 도쿄는 그러한 신선함과 설렘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찾는 게 아닐까 싶다. 새로움과 신선함.
내가 도쿄 여행에서 기대한 건 무엇이었을지 고민해 본다. 누구나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중 맘만 먹으면 선택할 수 있는 도시가 도쿄다. 아주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도쿄가 낯설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신주쿠역 JR 출구에서 신주쿠를 향해 불쑥 머리를 들었을 때 익숙함이라고는 찾기가 힘들다. 고작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이렇게 큰 신기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4박 5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인가 누구를 찾는 것처럼 도쿄라는 도시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딱히 목적은 없었다. 그저 도쿄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 헤엄치고 있었을 뿐.
익숙하지만 새로운 그곳이 도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