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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랑스러운_그녀와 그림

모드 루이스_ Carriage and Dog

by 전애희
Muad Lewis, Bob brooks, Art Gallery of nova scotia


행복이란,

행복했던 일을 생각하며 다시 행복해하는 것.

아름다운 ‘가치’ 사전을 열자, 흠뻑 젖은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바닥 분수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던 두 아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정말 행복했던 일을 떠올리니 행복해졌다. 추운 겨울 산타 할아버지처럼 빨간 모자와 코트를 입고 자신의 그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드 루이스(Muad Lewis, 1903-1970)가 있다. 아주 작은 오두막 창가에 앉아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기는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동물과 자연, 시골 생활, 남편과의 외출처럼 행복했던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 그림 속에 담았다.

“때때로 아버지는 가족 나들이를 위해 말과 마차를 빌렸어요. 말 한 쌍이 끄는 마차를 타고 바닷가로 온 가족이 소풍을 가곤 했답니다.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요.”

_cbc <텔레스코프, 1965년> 모드 루이스 인터뷰 내용 중

태어날 때부터 여러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모드는 어깨가 부자연스럽게 내려앉아 있었고, 턱은 가슴과 가까이 있었다. 불편했던 몸 때문에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야 했던 모드에게 마차를 타고 가족 나들이는 어떤 순간이었을까? 어린 모드의 얼굴에 가득 찬 미소가 떠오른다. 그녀는 행복했던 일을 생각하며 행복해지고, 행복했던 순간에 ‘상상’을 더해 그림을 그리며 행복했을 것이다.



모드 루이스(Maud Lewis, 1903년 ~ 1970년, 캐나다)_ Carriage and Dog, Oil on pulpboard



유머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말이나 행동.


모드 루이스의 <Carriage and Dog> 작품은 보고 또 봐도 기분이 좋다. 간결한 그림과 경쾌한 색 때문일까? 따그닥, 따그닥! 멍멍!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겨보았다. 앞에서 달리는 말과 뒤따르는 점박이 개 한 마리. 빨간 태슬(tassel)을 휘날리며 신나게 굴러가는 빨간 바퀴는 정지되어 있던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장난기가 발동됐다. 만약에 이 그림에 강아지가 없었다면? 한 손으로 강아지를 가렸다. 혼잣말로 ‘안 돼, 안 돼!’를 외쳤다. 그림이 심심해질 거 같았다. 심심함은 그림 곳곳에 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들.


가만히 서있는 나무와 꽃, 태풍이 와도 그대로 있을 것 같은 튼튼한 집까지. <Carriage and Dog> 작품 안에 들어있는 ‘멈춤’은 심심함의 이유로 다가왔다. 이상해서 흥미로운 점도 있었다. 알록달록 예쁘게 핀 튤립, 연둣빛 잔디는 봄인데, 중앙에 서있는 나무는 주황빛으로 옷을 갈아입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없는 것도 있었다. 바로 사람들의 표정과 그림자. 모드는 간결한 그림과 경쾌한 색으로 사람들을 웃게 한다. 숨바꼭질 놀이처럼 술래가 되어 모드가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내며 또 웃는다.


왼) 에버렛 루이스_ 범선, 1975 보드 위의 아크릴 44.1 x 53.2cm | 노바스코샤 미술관, 핼리팩스 / 오) Maud and Everett Lewis


감사란,

자기가 가진 것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


부두에서 배를 타고 생선을 사들여 내륙 깊숙한 곳의 농장이나 가정집을 찾아 생선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던 에버렛이 집에서 살며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 광고를 냈다. 모드는 이 광고를 보고 에버렛의 집에 찾아간다. 이렇게 시작된 모드와 에버렛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부가 되었다. 루이스 부부는 고속도로변에 있는 방 하나짜리 집으로 이사했다. 진행성 류마티스 관절염 때문에 모드의 손은 주먹처럼 휘어졌고, 등과 목의 상태 때문에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이 힘들었다. 결국 에버렛이 모든 집안일을 했고, 루이스는 판매용 카드 그림을 그렸다. 에버렛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시골길을 누비는 모드의 표정을 상상해본다. 카드 판매도 며 생선과 카드를 팔던 팔았습니다. 수줍음이 많았던 모드 덕분에 에버렛은 생선도 팔고 카드를 팔기 위해 흥정도 했다. 1939년, 에버렛이 인근 푸어 팜(Poor Farm)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자, 모드는 집에 간판을 그려 놓고 직접 작품을 판매했다. 1950년대에 이르러 모드는 고양이 가족, 긴 속눈썹을 가진 소, 썰매와 마차 그리고 모델 T를 탄 커플을 그렸다.에버렛은 야간 경비뿐만 아니라 그림 판매원, 그림에 필요한 물감과 판재를 구하는 조수가 되었다. 그림의 인기가 높아지며 그림 주문량이 많아지자, 에버렛도 붓을 들었다. 패널을 준비하고 일부 밑그림을 그리던 에버렛은 자신의 그림도 그렸다.


“저는 여기에 만족합니다. 어차피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만족합니다. 바로 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요. 제 앞에 붓만 있다면 뭐든 괜찮습니다.”

_cbc <텔레스코프, 1965년> 모드 루이스 인터뷰 내용 중

작은 오두막에 사는 작은 모드와 큰 에버렛의 사랑은 부족함에 대한 불만이 아닌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루이스 부부의 모습을 보며 웃고, 그들의 미소와 닮은 그림을 보고 또 웃는다.



모드 루이스의 집, 1965년 밥 브룩스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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