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別別) 별

앙리 에드몽 크로스_ 별이 있는 풍경, 1905-1908

by 전애희
01.42384066.1.jpg 앙리 에드몽 크로스(Henri-Edmond Cross, 1856~1910)_ 별이 있는 풍경, 1905-1908경


조그만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

불과 1시간 전 ‘엄마’였던 나는 <청개구리 스펙(SPPEC) Class> 문화 예술 ‘선생님’으로 변신해 아이들 앞에 섰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멜로디가 울리자 서로 충돌하던 공기가 차분히 내려앉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가진 아이들이 칠판 앞에 서있는 날 바라본다. 블랙홀처럼 까만 눈동자는 각자만의 밝기를 내뿜고 있다. 1교시부터 진행된 문화 예술 수업은 4교시가 되어 마무리가 되었고, 지칠 법도 한 아이들은 더 밝은 빛을 내뿜으며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소감을 발표했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엄마’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그때, 동료 선생님이 나에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작가님 사인받으려고 가져왔어요.”


순식간에 난 ‘작가’가 되었다. 작년 오늘 출간된 「조그만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 책을 건네받았다. 미술 에세이 출간 1주년 축하를 이렇게 받다니! 감격스러웠다. 다홍빛의 책 표지를 넘겨 짧은 메시지와 함께 사인을 했다. 엄마라는 자리에서 ‘나’를 하나씩 꺼내 적었던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온 날의 설렘이 다시 느껴졌다. 두근두근. 내 마음속 조그만 별들은 도대체 몇 개 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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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살롱드까뮤 11명의 엄마들의 미술에세이, 2024.12.10. 출간




1765506783816.jpg 앙리 에드몽 크로스(Henri-Edmond Cross, 1856~1910)_ 별이 있는 풍경, 1905-1908경 | 샌디에이고 미술관


거장들의 별

저녁 산책을 나갔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12월의 찬바람만큼이나 깨끗한 밤하늘은 어둠이 매끄럽게 깔린 은쟁반, 드문드문 보이는 별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 차가운 밤을 즐기다 따스한 밤 풍경을 만났다. 프랑스 남쪽 지중해 연안의 밤하늘을 담은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별이 있는 풍경, 1905~1908년경>이다. 어두운 수채 물감으로 물든 해변 위로 오로라처럼 빛을 뿌리는 별들은 마치 달빛처럼 은은하다. 총총총 박혀있는 노오란 별들은 내 마음속에 콩콩콩 박혔다. 수묵담채화처럼 물의 농담과 번짐으로 그윽하게 표현된 바다는 깊고 깊은 심해까지 닿을 것 같고, 붓 끝에 묻은 수채물감을 짧고 긴 점을 찍어 표현 한 별과 밤하늘은 캔버스를 넘어 팽창되며 먼 우주까지 뻗어나가는 것 같다. 신비한 매력에 빠져 한참 바라보았다.


실력과 야망을 겸비한 낯선 이름의 화가 앙리 에드몽 크로스는 1881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파리로 향했고, 그 당시 유행하던 인상주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나이에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고 의사로부터 파리의 공기는 춥고 습해서 좋지 않으니, 따뜻하고 건조한 남쪽으로 가기를 권유받는다. 이렇게 시작된 남쪽 지중해 연안에서의 삶. 1891년 서른다섯의 크로스는 친구 쇠라의 점묘법을 받아들였고, 1895년부터 자신만의 점묘법을 만들었다. 점의 크기를 키워 표현하기 시작했고, 수채화 작품이나 붓질 사이에 여백을 남겨 색을 더 생동감 있게 빛나도록 의도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우리들은 쇠라의 정돈된 느낌의 점묘법과 다른 크로스의 인상주의 화풍과 신비로움이 스며든 점묘법 작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01.42384158.1.jpg 앙리 에드몽 크로스(Henri-Edmond Cross, 1856~1910)_ 별이 있는 풍경, 1900 | 샌디에이고 미술관

파리 전시회에 출품된 빈센트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 1899>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별이 있는 풍경>을 다시 보니 생동하는 밤하늘의 블루와 별빛을 품은 노랑이 닮았다. 캔버스 위에서 다채로운 색을 띤 점은 자유로운 개개인이 되고,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시선은 하나의 사회가 된다.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며 찍은 수많은 점들은 조화롭고 아름다운 표현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이상적이고 행복하게 살길 바랐던 크로스가 꿈이 담겨있었다. 크로스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별이 있는 풍경>은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운 사람은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였고, 감은 눈 안에 떠오르는 얼굴을 그리며 밤하늘에 무수한 별을 찍어가듯 푸른 그리움으로 점을 찍었던 수화 김환기(1913~1974)는 자신만의 점면점화 기법을 탄생시켰다.


예술가들의 아픔을 딛고 탄생한 고흐, 크로스 그리고 김환기의 별을 품은 그림들 우리에게 평안과 위로를 주는 선물 같은 그림이 되었다.


Van_Gogh_-_Starry_Night_-_Google_Art_Project.jpg 빈센트 반 고흐_ 별이 빛나는 밤, 1889


01.42384066.1.jpg 앙리 에드몽 크로스_ 별이 있는 풍경, 1905-1908경


1718540449587.jpg 김환기_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나에게 온 별들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로 스스로 타는 천체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태워서 주위에 빛과 열을 주는 존재가 ‘별’인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별별(別別) 별이다. 올해를 되돌아보니 수많은 별들이 내 곁에 다가와 각자의 빛으로 날 감싸주고 떠났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 때론 진지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는 아이들. 별별 별이 보내 준 깜박거리는 빛부터 강렬한 빛까지 내 마음속 조그만 별들에게 모두 전해졌다.


더 따스한 눈빛으로,

더 따스한 말 한마디로,

더 따스한 손길로,

더 따스한 포옹으로,

내 안의 별들을 꺼내 더 따스한 빛으로 별별 별을 만나고 싶다.

별별 별과 함께 더 환하게 빛나는 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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