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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애희 Jul 25. 2024

이응노_자화상, 1968

따뜻한 순풍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이응노_ 자화상, 1968, 한지에 수묵, 37*41cm

아직 덜 깬 눈으로 창밖 세상을 바라보았다. 우리 집 네모 창을 통해 건너편 건물의 작은 네모 창들을 보였다. 순간 어젯밤에 본 이응노의 <자화상, 1968> 작품이 떠올랐다. 이응노가 덮고 있는 검정 이불이 투명 유리창처럼 속이 보이는 이불이라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갑자기 마음이 아파졌다. 이불 안에서 덜덜 떨며 웅크리고 있는 그가 내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추웠으며 그 모습을 <자화상>이란 제목으로 표현했을까? 저 이불은 외부의 추위로부터 그를 얼마나 보호해 줄 수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의 연결고리는 우리들의 첫 번째 보호막이었던 자궁을 떠올리게 했다. 아기를 품고 있던 나는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바라고 바랬던 새 생명이 내 안에 있다는 생각에 매 순간 감사하고 신기했다. 뱃속의 아기는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내 모습에 잠시 웃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는다. 그 옷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철마다 다른 옷으로 바뀌며 나를 지킨다. 하지만 잘 변하지 않는 옷이 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옷이다. 마음의 옷은 한 번 갑옷처럼 변하면  철저히 나를 보호하듯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 그 갑옷을 벗겨내려 하면 더 꼭꼭 감쌀 수도 있다. 우리는 <해와 바람 이야기> 속 이야기를 통해 사나이의 옷은 누가 벗기는지를 알고 있다. 내 마음속 갑옷은 센 바람이 다가올 때 더 단단해지고,  따뜻한 순풍이 다가올 때 스르르 벗겨질 것이다. 두 손 모아 웅크리고 있는 이응노의 몸과 마음에 '호~호~' 입김을 불어넣어 주고 싶은 아침이다.



© juliarekamie, 출처 Unsplash
고암 이응노 
1904~1989, 충청남도 홍성
시대적 비극에도 굴하지 않은 문자추상의 대가
군상 시리즈
묵화 기법

#이응노 #자화상 #묵화기법 #미술에세이 #그림으로글쓰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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