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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애희 Jul 27. 2024

호안 미로_ 블루 2, 1961

요술 냄비​

호안 미로_ 블루 2, 1961

요술 냄비​

오늘은 어떤 국을 끓일까?
도마 위에 깨끗하게 손질한 채소들을 올려놓는다.
오늘의 재료는 감자, 양파, 버섯, 빨간 고추, 소고기, 된장 고춧가루, 국간장이다. 참. 가장 중요한 물이 빠졌다. 요술 냄비에 들어가는 물은 마음이 넓다. 재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몫을 할 때, 모든 재료들을 한데 모아서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뽀글뽀글, 요술 냄비 안에서 소고기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여름방학으로 아이들과 1주 차를 보낸 나는 주방에서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에 간식까지  챙기다 보면 어느새 늦은 저녁이 된다. 방학 이후로 검색창에 '돌밥'이란 단어를 넣어보고 있다. '돌밥돌밥'은 ‘돌아서면 밥을 지어야 하는 주부’를 뜻하는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탄생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초 중 고교가 잇따라 개학을 연기하고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면서, 자녀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아이들의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부들의 상황을 반영한 말이다. 방학을 맞이한 부모들에게 '돌밥'의 시간은  다시 돌아왔다. 나에게도 돌아왔다. 더운 날씨와 뜨거운 음식들은 내 몸을 덥히지만, 맛있게만 먹어준다면 참을 만하다. 엄마인 나에게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 된다. 호안 미로의 <블루 2> 작품이 요술 냄비처럼 보인 것은 재료만 넣으면 음식 뚝딱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내 마음이 투영된듯하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돌밥돌밥' 하는 모든 분들에게 요술 냄비를 보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우리도 요술 냄비 속에 담긴 여러 재료들처럼 자기주장을 펼쳐보자. 그리고 서로 조화도 이루어보자. 바다처럼 넓은 마음, 하늘처럼 높은 마음으로 서로를 품어주며 좀 더 여유롭게 살아보자. 이렇게 지내다 보면 뜨거웠던 여름은 지나가고 결실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작가소개>

호안 미로(1893-1983),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호안미로 #블루2 #그림에세이 #그림으로글쓰기 #도슨트전애희  #여름방학  #돌밥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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