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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애희 May 31. 2024

박숙현_꿈을 찾아서 시리즈, 2017_나만의 동화

별똥별, 나비 그리고 샛별

별똥별, 다이빙하다.


"야호~ 오늘은 별자리 캠핑 가는 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적당히 따뜻한 햇살에 눈부신 5월 29일, 우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캠핑 가는 날이 찾아왔다. 우리들은 한 달에 한 번, 저녁 9시에 만나 수많은 별들과 행성들에 대해 공부하고, 관찰하며 신나는 천문대 수업을 했다. 그리고 1년에 딱 한 번, 1박 2일 캠핑을 떠난다. 나는 캠핑장에 가서 신나게 놀고, 드넓은 우주를 볼 생각에 들뜬 마음에 준비물을 챙겼다. 가방은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 올랐다.

텐트, 돗자리, 침낭, 간식, 그림책, 그림 그릴 도구, 그리고...... 아! 뭔가 빠진 느낌!

"엄마! 망원경 어딨 어요?"

망원경까지 넣었으니 준비 끝!

우리는 천문대 앞에서 모여 노란 버스를 타고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다 보니 캠핑장에  도착!

은근한 숯불에 구운 맛있는 바비큐,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불빛에 내 마음이 사르르 녹을 때면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날아와 내 코를 간지럽힌다. 우리는 다 같이 입을 모아 "스모어쿠키!"를 외치고 한바탕 웃는다. 우리들의 최고의 캠핑 간식, 스모어 쿠키를 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some more! some more!!"를 외친다. 달콤함에 기분도 좋을 때, 캠프파이어는 자신의 할 일을 끝내고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연기만 남긴 채 사라졌다.


주변이 온통 캄캄해지고, 선선한 바람에 살짝 오싹해지는 시간이다. 드디어 망원경을 꺼내 들고 우주를 내 눈 속에 담아본다.

망원경 속 동그라미는 마법처럼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은하수에 갔다가, 큰 곰과 작은 곰을 만나 인사도 나눴다. "우와! 저기 성단이다!" 난 잠시 별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가서 신나게 달려보았다. '슝! 슈우우우웅~~~~'

"어! 어! 떨어진다!!!!! 별똥별이다!" 아주 우아한 자세로 온 우주를 가르며 다이빙하는 별똥별 꼬리를 따라 내 마음도 다이빙한다. 별똥별이 도착 한 곳에 은빛 가루가 꽃향기와 함께 흩날린다. '우와~ 아름답다!' 감탄하는 사이, 별똥별은 한 마리 노란 나비로 변신한다.


나비, 날갯짓하다. 


나비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세상은 금빛 노란색으로 물들며, 어둠이 물러 난 자리에는 따스한 빛이 스며든다.

나풀나풀 노란 나비의 날갯짓에 내 발걸음도 나폴나폴

사뿐사뿐 노란 나비의 움직임에 내 손짓도 사뿐사뿐


팔랑팔랑 노란 나비의 날갯짓에 내 마음도 팔랑팔랑

사푼사푼 노란 나비의 움직임에 내 몸짓도 사푼사푼


나비의 날갯짓에 난 잠시 꿈을 꾼다.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은빛가루처럼 반짝이는 눈이 내린다. '꽃샘추위인가?' 난 옷깃을 여미며 눈 속으로 사라진 노란 나비를 찾았다. "나비야~ 노란 나비야~ 어디 있니?" 내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차가운 눈에 나비 몸이 상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내 마음이 닿았는지 눈이 점점 멈추더니, 간질간질 민들레 씨들이 내 몸을 휘감는다. 민들레 홀씨를 따라가니 노오란 민들레, 개나리가 가득한 곳에 노란 나비가 잠시 쉬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노란 나비는 호숫가로 날아간다.

"나도 같이 가~!" 나는 노란 나비를 따라 호숫가로 갔다. 호수 위에는 매화꽃, 벚꽃, 산수유, 버드잎 사이로 은빛 별가루가 뿌려지며 아름답게 수를 놓는다. 조금 전에 만난 꽃샘추위에 얼어있는 내 마음이, 내 몸이 사르르 녹았다.  노란 나비가 내 곁에 다가와 날개를 접고 쉰다. 나도 잠시 쉰다. 자연이 수놓은 호수는 내 영혼에 휴식을 주는 듯하다. 까아만 밤하늘을 바라보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샛별, 내게 오다.


금빛 나비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속삭인다. "네 꿈을 응원해!"

난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나에게 꿈이 있었나?' 먹물처럼 깜깜하게 닫혀 있던 내 마음에 작은 빛이 들어왔다. 금빛 나비의 날갯짓은 꿈이 많았던 나의 어린 시절로 데려갔다. 신나게 축구를 할 때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고, 악보에 맞춰 피아노를 칠 때에는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그림 그리는 게 신났을 때는 화가가 되는 미래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멋지게 일했던 우리 엄마처럼 원감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다. 꿈이 많았던 나에게 어느 순간 꿈이 사라졌다. 내 생각이 세상으로 나오면 꼭 해야 될 것만 같고, 꼭 지켜야 할 것만 같아서 난 더 이상 꿈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깜깜한 어둠 속을 걷던 난 나를 지킬 꿈을 하나 만들었다. 언제나 사랑으로  나를 감싸주고 응원해 주는 우리 아빠, 난 아빠처럼 되고 싶다. 어두웠던 내 세상이 차츰 밝아진다. 푸르스름한 새벽공기가 내 코 끝을 스친다. 망원경 속 우주가 멀어져 간다. 은빛 가루를 흩날리던 나비는 새벽하늘 가장 빛나는 별들이 되어 하늘을 수놓는다. 나의 소중한 꿈은 내 마음속에 반짝이는 샛별이 되어 박혔다.    

푸르스름한 하늘은 어느새 청록빛, 오렌지빛으로 물들며 우리들의 얼굴을 비췄다. 각자 자기만의 샛별들을 새긴 우리들은 그 어떤 때보다 더 행복한 표정이었다. 싱그러운 숲향기와 아름다운 새소리에 우리는 따사로운 햇살 샤워를 하며 캠프를 마무리했다.


다시 올게.


다음에 만날 때에는 한 뼘 더 자라서 올게.  


다음에 만날 때에는 한 뼘 더 자라서 올게.  


#박숙현 #1974~ #대한민국 #치유작가 #SUE #꿈 #나비 #상상 #동화처럼

#살롱드까뮤 #그림에세이 #작품으로글쓰기 #함께글쓰기 #도슨트전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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