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파티_복숭아가 있는 초상,2024
안녕. 난 물의 요정이야. 핑크빛 탐스러운 복숭아에 물의 생명력을 넣어주지.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씨 하나가
땅에 기운을 받아 싹을 틔우고
햇살을 받으며 가지를 뻗을 때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땅의 물을 흠뻑 머금으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복숭아나무가 있다.
물의 요정이 정성을 다해 보살펴온 복숭아는
고은 핑크빛과 솜털로 뒤덮여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다.
언제든 나를 따서 달콤한 과즙으로 입안 가득 채워보세요 하는 듯하다.
니콜라스 파티의 <복숭아가 있는 초상, 2024>을 보고 있으니, 푸른빛의 여인보다
분홍빛으로 물든 복숭아들과 초록 잎, 빨간 꽃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복숭아'는 나에게 추억의 과일이면서
우리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좋아하는 과일이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복숭아를 한 궤짝씩 사서 바다로, 산으로 여행 갔다.
사촌들과 신나게 놀다가 목이 마르면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복숭아를 흐르는 물에 씻어 아작아작 베어 먹었다.
달콤한 복숭아는
지금처럼 달달구리 간식이 없던 그 시절
수박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여름 과일이었다.
시골에서 여름방학을 지낼 때,
캄캄한 밤 어두운 불빛 속에서 먹었던 복숭아는 단백질까지 보충할 수 있었던
영양만점 과일이었다.
조심조심 먹었지만 어둠 속에서
좀처럼 분별할 수 없었던
복숭아 속 애벌레까지 먹었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스갯소리로
'복숭아 속 애벌레 먹으면 예쁘진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가정을 꾸린 후 8월이면
복숭아를 한 박스 씩 구입을 해서 먹었다.
남편도 나랑 복숭아 취향이 같았다.
말랑이보다 딱딱이 복숭아를 좋아하는 우리는 한동안 '유명'이라는 복숭아 품종을 찾아 먹었다. 아이들도 복숭아를 좋아한다.
과일 입맛도 다른 아이들인데
신기하게 복숭아만큼은 둘 다 좋아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이제 찾아왔는데,
내년 8월 복송아 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