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보며 글쓰기] 엄마가 처음인 나는,

론 뮤익_ 쇼핑하는 여자(Woman with shopping), 2013

by 전애희
900_1747556290724.jpg 론 뮤익_ Woman with shopping, 2013 혼합재료, 113×46×30cm 타테우스 로팍 컬렉션


내가 일하던 시절의 유치원이라는 직장은 아침에 출근하면 퇴근해서야 나올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유치원 내에서 아이들과 같은 메뉴로 간식과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점심 뭐 먹지?' 메뉴 고민 안 하는 것도 좋았지만, 점심시간에 외부에 나가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이 부러웠다. 아마도 식사 메뉴보다 직장이라는 공간 밖에서 누리는 자유로움이 좋아보였던 게 더 컸을 것이다. 드디어 나에게 햇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낮 시간에 자유로운 외출이 출산과 함께 허락되었다.


출산 당일로 퇴사한 나는 한 달 정도 세상과 단절 된 후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50일이 된 아기를 품에 안고 스튜디오를 찾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세상에!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에 있다니!' 이런 광경이 너무 신기한 나는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아기띠를 맨 엄마와 유아차를 밀고 다니는 엄마들이 눈에 쏙 쏙 들어왔다. 이렇게 뚜벅이 엄마인 나는 아기띠와 유아차를 최애템으로 여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유아차에 아기를 태우고 뚤레뚤레 동네를 누볐다. 아기띠에 아기를 척 앉힌 후 내 몸과 합체하면 더 먼 곳도 갈 수 있었다. 요령이 생긴 나는 거리가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유아차를 태우고 간 뒤 가로수 옆에 주차를 했다. 자전거 자물쇠를 이용해 도난방지를 철저히 해 두고, 인천행 버스를 탔다. 인천 터미널에서 동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돌아왔을 때 제자리에 있는 유아차를 보면 흐뭇했다. 드디어 아기와 분리될 시간. 이렇게 난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즐겼다.


아기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건 본능적으로 할 수 있었지만, 엄마가 처음인 나는 아기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게 맞는 것일까? 생각도 하기 전에 행동을 할 때도 있고, 가끔은 내가 초인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다.


이제 막 돌을 지낸 아이를 아기띠의 도움으로 안고 15분 정도 거리의 소아과를 향했다. 3월 봄바람이 꽤 상쾌했기에 꽁꽁 감쌌던 덮개를 들추고 아이에게도 신선한 봄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줬다. 분명 정기검진 받을 때만 해도 건강했는데, 하룻밤 사이 아이는 열을 동반한 감기 증상이 보였다. '아뿔싸! 아기에게는 봄바람이 차가웠구나! 엄마가 너무 신났었네' 하며 반성을 했다. 첫째 아들이 세 살 때 쯤, 민감하고 연한 부분에 염증이 생겼다. “밴드!”하며 우는 아이를 위해 최소한의 끈끈이를 남긴 밴드를 붙였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혼났다. “누가 여기에 밴드를 붙여요!” 아이들에게는 밴드가 만병통치약인데......마음 속으로만 조용히 이야기 했다. 둘째 임신 8~9개월 때 첫째 아이가 길에서 잠이 온다고 칭얼거렸다. 남산만큼 큰 배 위에 첫째를 살짝 걸쳐 안고 집으로 향했다. 5분 정도의 짧은 거리였지만 난 뱃속 아기에 첫째 아이, 어깨에 맨 가방까지 내 몸에 실린 많은 무게를 이겨내다니! 스스로 ‘대단하다’ 칭찬한 날도 있었다.


초인이 된 나는 자연스레 어릴 적 우리 엄마를 떠올려보았다. 엄마는 힘이 셌다. 아니 엄마는 언제나 힘이 센 줄 알았다. 배추도 무도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녔고, 내 손에 짐이라도 있으면 "이리 줘!" 하며 받아 갔다. 엄마는 본인 손에 쥔 짐에 내 짐까지 들었다. 그땐 몰랐다. 무겁지만 딸을 위해 무거운 것도 참아낸 것이라는 걸 말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나도 엄마처럼 힘이 세졌다. 아니, 무겁지만 버티는 것이다. 이렇게 나도 엄마와 닮은 엄마의 길을 걷고 있다.


나를 내려놓고 아이를 키우는 시간은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진행된다. 하지만 그 안에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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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나만 바라보고, 난 세상을 바라본다.

나를 향한 눈빛에 이끌려 고개를 숙이면

아기가 방긋 웃는다. 나도 웃는다.

내 품 속에 있던 아이와 난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웠다.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는 세상을 바라보고, 나는 아이를 바라본다.

잠시 불러 세워 손하트를 날리면 아이도 손하트를 날려준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를 응원할 시간이다.

아이를 향한 응원은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향해 묻는다. 너도 뭔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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