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_ 허밍, 2023
꿈속을 헤매다.
햇살이 온 세상에 퍼지는 이른 아침, 새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잠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는 눈을 살짝 떴다가 일요일의 안도감에 눈을 감았다. 눈꺼풀의 무게를 느끼며, 세상을 바라보는 걸 잠시 미뤘다. 온몸의 힘을 빼고 있으니 세상의 모든 소리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 만 같았다. 새들이 만들어내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머릿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대학교 도서관 안은 시험 공부하는 학생들의 연필 끄적이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로 가득했다. '나도 빠질 수 없지!' 도서관 구석에서 음악 이론 공부를 시작했다. '아! 외울게 왜 이렇게 많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국민학교 친구 미선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미선이가 공부하고 있는 책을 슬쩍 보았다. 음악 이론이 이야기로 재구성된 책을 보고 있었다. '음악도 역사와 전통이 함께하며 수많은 에피소드가 가득한 예술이지! 저 책으로 공부하면 재밌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출판사 책인지 물어보려 할 때, 또 다른 국민학교 친구 미영이가 나타났다. 미영이의 손에는 그림책 한 권을 들려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그림책과 겉표지가 닮은 그림책이었다. 미영이의 책과 내 책의 겉표지를 나란히 놓자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그림이 연결되었다. '어머! 신기하다!' 감탄을 할 때 어렴풋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새들의 수다는 기억 너머 꼭꼭 숨어있던 친구들을 소환시켰고, 짧은 만남은 서운하기만 했다. 어슴푸레 깼다 잠들었다 하며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던 순간을, 친구들이 떠나 아쉬움이 남은 순간을 비집고 들어온 건 최양희 작가의 '허밍'이었다.
아무도 없는 숲길, 이곳에는 아무도 없는 게 아니다. 빛, 공기, 꿈틀대는 생명력이 함께하며 날 감싸준다.
따스함에 행복한 나는 입을 벌리지 않고 높고 낮은음을 빠르게 때론 느리게 내 안에서 밖으로 꺼내본다. 성대가 울리고 머리가 울리자 콧구멍으로, 귓구멍으로 소리가 나간다. 흠, 흠, 음, 흠! 허밍이다. 내 안에서 어떻게 흘러나올지 모르는 허밍처럼, 산책길에서 마주한 자연 풍경을 파랑, 연두를 사용해 신비롭게 표현한 작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빛, 물웅덩이에 반사되는 빛은 내 마음을 출렁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유아동 예술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1부터 10까지 내 몫이다. 현재 진행 중인 수업 마무리와 새롭게 시작될 수업 준비가 맞물리는 시점이다 보니,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 같다.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차분한 음악을 틀어놓고, '허밍'을 바라본다. 그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음악과 그림이 내 마음을 다독거려 주는 듯하다. 이제 저 숲길 끝에 뭐가 있는지 찾으러 출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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