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반짝이는 할아버지의 정원처럼

김기창_ 모란도, 1935

by 전애희

사랑이 반짝이는 할아버지의 정원처럼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이 있다. 대가족과 함께 정원이 있는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유태은 작가가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꺼내 엮은 그림책이다. 그림 속 아이를 쫓아가며 흙냄새를 떠올려보았다. 꼭꼭 숨어있는 곤충을 다 찾겠다는 마음으로 한 장 가득 핀 꽃과 잎 사이에서 나비, 무당벌레, 거미도 찾아보았다. 능소화가 늘어지게 핀 지붕 아래 테라스에서 물뿌리개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와 할아버지의 콧노래를 상상해 보았다. 7월 무더위가 시작된 요즘, 상상만으로도 시원해졌다. 식물에 관한 책을 보며 서로 좋아하는 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모습에 절로 미소 지어졌다. 모란을 좋아하는 손녀와 난초를 좋아하는 할아버지.

image.png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그림책 내용 중

새싹만큼 작았던 아이는 모란꽃이 자라는 만큼 함께 자랐고, 해바라기만큼 자랐을 때 할아버지는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나무만큼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할아버지를 떠나 먼 곳으로 이사를 했다. 할아버지가 보내 준 모란꽃 선물 덕에 할아버지가 집이 가깝게 느끼던 주인공은 새싹만큼 작은 딸을 데리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새싹만큼 작은 딸이 물뿌리개를 이용해 모란꽃에 물을 주는 마지막 장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활짝 핀 모란꽃과 아이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까? 끝이 아니라 '시작'의 메시지를 안겨주는 듯했다.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작가는 꽃 가게들이 모여 있는 길을 가로질러 학교를 다녔고, 한 꽃 가게에서 난초를 발견하고는 커다란 정원이 있던 할아버지의 집과 가족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작가는 <작가의 말>이라는 한 페이지를 통해 낯선 곳에서 외로웠던 작가에게 익숙한 난초 향기는 커다란 위로가 되어주었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1751075464955.jpg 김기창_ 모란도, 1935

빛바랜 김기창 화백의 <모란도, 1935> 속에서 모란은 여전히 햇살에 반짝인다. 오래된 정원 속에서도 새들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빛나는 모란처럼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가족들에게 사랑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 묵묵히 보내는 마음이 시원한 비가 되어 지친 마음을 씻겨주고, 햇살이 되어 심장을 빨리 움직이게 해주고 싶다.

(중3 아들, 내일이 기말고사 마지막 날이다.)

(엄마, 요새 몸과 마음이 힘들다.)

(그리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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