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업의 공채 PT 면접일이 떠오릅니다. 공채 면접은 처음이었던 터라 긴장을 많이 한 상태로, 면접준비장에 입장했습니다. 차례가 되었고, 진행요원은 면접자들을 한 컴퓨터실로 안내했습니다. PT 면접 준비를 위한 제한시간은 30분이었고, 1page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것이 미션이었습니다.
면접 주제는 해당 기업 공장에서 발생한 문제 관련하여, 담당자로서 공장의 정상 재가동을 위한 업체 선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자료로는, 총 3개 업체 관련 신문기사 및 분석자료가 총 18개 주어졌습니다. 자료가 많았지만 핵심 내용은 A, B, C업체의 안전관리역량, 비용, 공사기간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업체별로 일장일단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대다 면접이어서 같은 조였던 다른 면접자들의 발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면접자들은 18개 자료를 단순 요약해왔습니다. 한 면접자가 말했습니다.
"비용 혹은 공사기간 측면에서는 조금 부족하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인증을 받은 기관인 B업체를 선택했습니다."
해당 면접에서 유일하게 저만 C업체를 선정하였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저는 첫 번째로 발표하고 다른 발표자분들의 발표를 모두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모든 분께서 B업체를 선정하셨습니다. 제가 해당 면접에서 떨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당히 PT면접에 합격했고, 해당 기업 최종합격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정성적인 표현을 최대한 배제하고, 정량적인 수치를 기반으로 업체를 선정했음을 말했던 것이 PT면접 합격의 비법이라면 비법이었습니다.
"C기업을 솔루션 제공 업체로 선정하였습니다. 당사의 최대 목적은 안전 관련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며 비용 또한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선정 과정에서 안전/비용/납기 관련 변수에 대해 가중치를 3/2/1로 부여하였습니다. 한편, 기업 별 안전/비용/납기 역량을 A(3점), B(2점), C(1점) 등급 기준에 맞춰 평가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C기업의 전체 아웃풋이 A기업보다 3점 높았고, B기업보다 6점 높았습니다. C기업은 가장 낮은 비용과 가장 짧은 납기 역량이 강점인 업체이며, A기업 대비 25% 높은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C기업을 솔루션 제공 업체로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PT 발표할 때 환하게 웃으며 만족하던 면접관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30분 안에 실무에서도 활용하는 방법론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공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애착과 올바른 이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참 재밌었던 사실은, 이어서 참석했던 다른 기업의 공채 PT 면접에서도 동일한 유형의 문제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PPT가 아닌 대자보에 직접 작성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면접 유형이 완전히 동일했고, 면접관이 “요즘은 프레젠테이션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나요?”라고 물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문제가 최근의 취업 면접에도 동일하게 등장한다는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엔지니어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싶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고 하면 단순히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역량"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나 스스로 생각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과정부터 시작합니다. 메일로 상대방과 소통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스스로 고민한 내용 즉, 내 머릿속에서 소통한 내용을 메일로 전달하면서 상대방과의 소통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도체반쌤으로 활동하면서, 엔지니어를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본인 스스로 소통하는 방법을 안내드리고 싶습니다. 스스로 소통한 결과를 자소서에 녹여서 기업과 소통할 수도 있는 것이고, 스스로 소통한 결과를 보고서에 녹여서 동료와 소통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경청"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열 번 경청하기. 그리고, 한 번 말할 때 정확하게 내 의견을 전달하기. 이 보다 완벽한 소통은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