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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체반쌤 May 01. 2023

EP.23[엔지니어의 말하기#5] Scoring(2)

덧셈이 안될 땐, 되게 하라.

안녕하세요. 반도체 회로 설계 엔지니어, 도체반쌤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EP.22[엔지니어의 말하기#4]Scoring(1)>>의 후속 글이기도 합니다. 총 여섯 편 정도의 에피소드 글들을 모아 브런치 책 한 권을 출간해 볼 계획을 하고 있답니다. EP.22 글을 먼저 읽고 오시면 이번 에피소드 글을 더욱 매끄럽게 읽으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docheban77/26


M기업의 전체 아웃풋을 도식화해 보면 아래와 같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종류의 아웃풋 도형을 같은 종류로 바꾸어서 합산이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점수 매기기(Scoring)입니다.


점수 매기기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성적표만큼 좋은 예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도체반쌤의 대학교 2학년 1학기 성적표입니다.


2015학년도 1학기에 저는 총 8개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총 8개 과목에 대한 평가는 "평점"이라는 Scoring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A+=4.5점/A0=4.0점/B+=3.5점/B0=3.0점/C+=2.5점/C0=2.0점/D+=1.5점/D0=1.0점/F=0점을 의미하죠. 성적표 양식을 우리가 익숙한 양식으로 변경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성적표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인풋의 단위가 동일할 때 각 인풋에 의한 아웃풋의 합산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만약 인풋의 단위가 동일하지 않다면, 평점 Scoring 방법론을 적용해서 단위를 통일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풋의 종류는 다양할 수 있고, 인풋마다 단위와 특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때, Scoring을 통해 인풋의 점수를 매겨보면 마치 성적표의 총평점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전체 아웃풋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P기업의 안전 문제 해결로 돌아와 봅시다.


P기업에서 발생한 안전 문제의 근본개선을 위해 솔루션 제공 업체를 M기업, N기업, L기업 가운데 선정하고자 한다. 이번 근본개선을 통해 안전 관련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 P기업의 최우선 목표이다. 최근 P기업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가용할 수 있는 비용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어진 정보는 다음과 같다.


①각 업체가 투입할 인원 가운데 안전관리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을 확인해 보니,

M기업은 4명, N기업은 1명, L기업은 2명이었다.

②계약을 위한 비용을 확인해 본 결과,

M기업은 8천만 원, N기업은 5천만 원, L기업은 4천만 원을 제시하였다.

③근본개선 솔루션 제공 납기를 확인해 본 결과,

M기업은 5개월, N기업은 4개월, L기업은 3개월을 제시했다.

솔루션 제공 업체 선정 담당자로서 적절한 기업을 선정하라.(단, 주어진 조건 외 모든 조건은 동일하다.)


3개의 기업(M기업, N기업, L기업) 가운데 하나의 업체를 선정하는 담당자가 되었으므로, 3개 업체를 숫자 기반 비교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풋 정보를 먼저 확인해 보자면,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 비용, 납기 이렇게 세 가지 항목이네요. 세 가지 인풋에 대한 우선순위점수를 명확하게 안내받은 것은 아니므로, 담당자로서 우선순위점수를 결정하는 것이 첫 번째 업무가 되겠습니다. 안전 관련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 P기업의 최우선 목표이므로, Priority(안전관리자격)을 3점으로 설정하겠습니다. 한편, P기업의 영업실적을 고려하였을 때, 안전사고 이력 다음으로 중요한 인풋은 비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Priority(비용)=2점, Priority(납기)=1점으로 설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매번 글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저희는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답"을 찾는 것이 목표가 아님을 인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선순위점수를 3/2/1로 배분하는지 5/3/1로 배분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근거로 우선순위점수를 부여했는지와 그 점수를 무엇으로 정의했는지만 명확하면 됩니다.


현재 각 기업 별 아웃풋을 산출이 어려운 이유는 각 인풋의 단위가 다르고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인풋 Scoring을 추가하여 표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 비용, 납기 세 가지 인풋 종류에 대해 우선순위점수 부여는 이미 완료했습니다. 인풋의 단위와 특성이 다른 상황이므로, 세 업체의 인풋에 대해 점수 매기기를 진행해 보자.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업체에게 A(3점)를 부여하고, 가장 나쁜 조건을 가진 업체에게 C(1점)를 부여해 봅시다. 그리고, 중간 조건을 가진 업체에게는 B(2점)를 부여해 봅시다.

모든 기업에 대해 인풋 점수 매기기를 완료하고 보니, 각 기업 별 전체 아웃풋 계산이 드디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업체 선정 담당자로서 L기업을 솔루션 제공 업체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L기업의 아웃풋이 15점으로, M기업 대비 3점 높고, L기업 대비 6점 높기 때문입니다. 각 기업을 기준으로 표를 구성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P기업 관리자 입장이 되었건, 실무자 입장이 되었건, 가장 신경이 쓰이는 기업은 M기업입니다. P기업의 최대 목적은 안전 관련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납기가 오래 걸리지만,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가 가장 많은 M기업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뿐 아니라, 비용과 납기 인풋 모두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모든 인풋을 고려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과 같이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죠.


업체들을 분석해 본 결과, M기업은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가 가장 많은 업체입니다. L기업은 비용이 가장 낮고, 납기도 가장 짧은 업체입니다. N기업은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가 1명밖에 없는 업체입니다. 당사의 최대 목적은 안전 관련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과 납기 측면에서 다소 단점이 있지만,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가 4명으로 가장 많은 M기업을 솔루션 제공 업체로 선정하였습니다.”


관리자 혹은 동료의 입장에서, 첫 번째 담당자의 상기 결정 사항을 검토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의문을 제시할 부분이 상당히 많지만, 가장 궁금한 점은 M기업의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가 4명이라는 강점이 비용과 납기 역량에서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 지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우선순위점수 개념과 인풋 점수 매기기 개념을 활용한 두 번째 담당자의 아래 결정 사항을 함께 봅시다.


L기업을 솔루션 제공 업체로 선정하였습니다. 당사의 최대 목적은 안전 관련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며 비용 또한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선정 과정에서 안전/비용/납기 관련 변수에 대해 가중치를 3/2/1로 부여하였습니다. 한편, 기업 별 안전/비용/납기 역량을 A(3점), B(2점), C(1점) 등급 기준에 맞춰 평가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L기업의 전체 아웃풋이 M기업보다 3점 높았고, N기업보다 6점 높았습니다. L기업은 가장 낮은 비용과 가장 짧은 납기 역량이 강점인 업체이며, M기업 대비 25%((15-12)/12 ×100) 높은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L기업을 솔루션 제공 업체로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번째 담당자의 결정에는 모든 인풋에 대한 P기업의 우선순위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L기업이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가 가장 많은 M기업 대비 25% 높은 아웃풋을 가질 만큼 비용과 납기 역량이 우수한 업체라는 점을 최종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종 의사 결정에 필요한 것에는 어떤 강점을 취했을 때, 아웃풋 손실이 얼마큼 발생할 수 있는지도 포함됩니다. 두 번째 담당자의 결정 사항을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아웃풋 손익을 얼마큼 예상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인지 명확한 상황인 것이죠. 혹시 팀 차원에서 추가 논의하여 M기업을 최종 선택한다면, L기업을 선택할 때 얻을 수 있는 25%만큼의 아웃풋을 포기해서라도 안전관리자격보유자수가 4명인 기업을 선택했다는 판단 근거를 남길 수 있는 것입니다.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량화된 최선"을 말하는 능력입니다. 정량화된 최선이 정답일 필요가 없습니다. 팀 차원에서 정량화하는 방법론 자체를 수정하기도 하고 놓쳤던 인풋을 추가하기도 하면서 정답에 가장 근접한 결정을 함께 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엔지니어링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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