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절, 열역학 교수님께서 수업을 이어나가시다가 PPT자료에 나와있는 숫자 0.945를 보시더니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분, 엔지니어링, 공학은요, 정답을 찾는 학문이 아니에요.
교수님께서는 공학이라는 학문은 "정답"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을 시도할 수 있게끔 하는 매개체일 뿐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실제로, "0.945"라는 계산 결과를 얻은 수식은 이상적인(Ideal) 조건에서의 결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는 0.945라는 숫자를 바로 1이라고 변경하신 후, 강의를 이어나가셨습니다. 그 순간이 잊히지가 않아서 0.945라는 숫자가 뇌리에 깊게 새겨진 듯합니다.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시도해 보는 역량
- 무엇이든, 알고 있는 제한된 정보를 활용해서 최선의 선택의 초안(Draft version)을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2. 숫자로 말하는 역량
- 시도한 결과를 제안할 때는, 그것이 0.945가 되었건, 1이 되었건 숫자로 표현할 줄 아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시도해 보는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선택 혹은 결과의 방향성도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TRY&ERROR"라는 표현이 있는 이유도, 시도한 결과가 정답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ERROR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며 최선의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브랜드, 나이키 광고의 "Just Do It!" 문구는 개인적으로 정말 멋진 문장이라 생각하는데요, 저는 해당 문구를 "일단, 시도해 봐!"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출처 :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두 번째, 숫자로 말하는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숫자'는 남녀노소 불문 가장 강력한 설득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실,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항상 숫자로 말하고 있습니다. "3시까지 그곳으로 갈게.", "이 물건이 그것보다 5,000원 더 비싸.", "이곳 배송이 인터넷 배송보다 하루나 빨라."와 같이 말이죠. 평소에는 숫자를 잘 활용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지향하는 우리가 일을 할 때는 숫자를 놓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상대방을 설득할 경우가 훨씬 많을 텐데 말이죠. "(업무 납기일 표기 없이) 그 업무를 향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치적 근거 없이) A업체가 B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 좋습니다."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죠. 모든 업무에 있어, 숫자로 말하는 역량이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엔지니어에게 있어 숫자로 말하는 역량은 100% 필수입니다.
처음부터 시도한 결과가 최선의 결과가 아닐 수 있습니다. 아니, 그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이 어떤 조직이건 팀으로 운영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가 시도한 결과를 함께 의논하고, 최선의 선택을 위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 없는지 팀워크를 통해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